지난달 28일 밤 10시15분쯤 부산 김해공항에서 홍콩으로 가려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륙준비 중 비행기 뒤쪽에서 발생한 불꽃과 연기가 화재로 이어져 동체가 전소됐다.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 탈출하는 과정에서 7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륙 후 화재가 발생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상상을 하면 아찔하다.
"그만하면 다행이다." 털고 넘어가기엔 최근 저비용항공사(LCC)에서 연이어 터진 사고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무려 179명이 희생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단 30일 만의 일이다.
국내 LCC는 2005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기념비적인 해를 축하할 새도 없이 연이어 터진 사고는 국내 항공업계의 많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가장 큰 화두는 '지역 정치 논리→LCC 난립→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 운항 중인 LCC는 모두 9곳으로, 국토 면적이 한국의 98배인 미국과 함께 세계 1위다.
지역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지방 공항이 우후죽순 설치됐고, 지역 거점 항공사가 필요하단 논리에 따라 최소 요건만 갖춘 LCC가 난립했다. 생존 경쟁에 뛰어든 LCC들은 항공권 가격을 낮추되 항공기 회전율을 극대화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펼쳤다.
아직 제대로 된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도 전에 비행기 과다 운항·기체 피로·정비 불량 등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이유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LCC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의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되는 등 지방공항 안전시설의 문제점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인 조류 충돌 대비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항공사가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제공하지 않았다고 위안을 삼기엔 이번 사고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항공권 가격이 저렴하니 안전하지 않을 것'이란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인식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때다. LCC포비아에 대해 우려하기보다 왜 신뢰를 잃었는지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게 먼저다.
'LCC 여객 3000만명 시대.' 지난해 항공 여객 1억2000만명 중 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더욱이 올해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시장 재편 바람이 거세게 부는 만큼 LCC 난립 이후 재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마음 놓고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항공사들의 강력한 의지와 각성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