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지민경 기자] 코미디언 김숙이 방황의 시간을 겪고 '갓숙'으로 다시 주목받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데뷔 30년을 맞은 김숙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김숙은 30주년을 축하한다는 말에 “30주년 빼달라. 너무 업적이 없다. 놀다 보니까 30년이 됐다. 30주년 해보니까 생각보다 날로 먹었다. 방황이 20년이다. 저는 쑥스러워서 생일 파티도 안한다. 난 결혼식도 숨어서 할거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1995년 21세에 대학개그제 은상을 받으며 데뷔한 김숙은 희극인실에서 별명이 돌아이였다고. 김숙은 “당시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담배심부름 많이 시켰다. 10만원 주면서 담배 좀 사오라고 했는데 담배 10만원 어치를 사왔다. 100갑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재석은 공채 12기, 김숙은 7기로 28년간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 김숙은 유재석의 첫인상에 대해 "도와주고 싶은 선배였다. 안쓰러운 아무도 왕따를 안 시키지만 항상 구석에 있었다. 가장 안 보이는 사각지대에 앉아 있었다. 심부름도 안 시키고 있는듯 없는듯 했다"고 밝혔다.

방송 활동을 하며 오랜 시간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는 김숙은 “이화여대 앞에서 옷가게를 시작했다. 그때 내가 사람을 싫어하는 구나 힘들어하는구나를 깨달았다. 도저히 손님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건너편 가게에서 제 가게를 구경했다”고 설명했다.
두 달 만에 옷가게를 폐업하고 접시에 그림 그리는 알바 등 여러가지를 했다는 그는 주식도 했다며 “600만원 적금을 찾고 경차를 사러 가는 길에 아는 선배 작가 분을 만났다. 그분이 조금만 넣어두고 그랜저 가자 해서 600만 원을 주식에 다 넣었다. 나중에 20만원이 됐다. 결국 자전거를 샀다”고 말했다.
이후 김숙은 게임에 빠졌다고. 그는 “너무 행복했다. 게임 자산이 2조였다. 여러가지 게임을 했다”며 “집에 컴퓨터를 4대 정도 놔두고 PC방처럼 해놨다. 그때 밤을 완전 다 새우고 아침 10시쯤 잠에 든다. 저녁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담배 사러 동네 한 바퀴 돌고. 그때 25~26살이었다. 암흑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거울 속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 전체가 다 그늘이더라. 너무 젊은 나이인데 얼굴이 썩어있더라. 이게 나인가 싶었다. 그때 다 끊었다. 술, 담배. 그때부터 열심히 살았다”며 “지금 생각하면 삐쳐있었던 것 같았다. 나를 안 불러주니까. 항상 저는 방송국에 10분 안에 도착하는 곳에 살았다. 항상 여의도 주변으로 이사다니면서”라고 덧붙였다.
다시 방송가로 돌아온 김숙은 '개그콘서트' 따귀소녀로 첫 전성기를 맞이했고, 이후 난다김 등의 캐릭터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다시 방송 활동이 뜸해지기 시작했던 김숙은 "그때가 딱 떼 토크 예능이 시작될 때였다. 나는 치고 나가는 거 못하는데 떼 토크가 제일 무서웠다. 누구 얘기하는데 밟고 들어가는 걸 못했다. 토크도 안 시키면 말을 안했다. 마땅히 개인기도 없고 이 길은 내길이 아니다 싶었다. '무한걸스'를 마지막으로 일이 다 끊겼다. 그때가 30대 후반이었다"고 털어놨다.

이후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김숙은 "원 없이 다녔다. 전세금 조금 빼고 아버지한테 거짓말도 좀 하고 대학원 간다고"라며 "송은이, 유재석 선배 둘이서 짠듯이 분기별로 연락이 와서 '같이 해볼래?' 하면서 응원을 30년 해주신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김숙은 2015년 송은이와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시작하며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제가 어떤 프로그램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포스터 촬영 준비 때문에 옷도 다 준비하고 했는데 전날 저만 캐스팅이 빠졌다는 거다. 그때 너무 짜증나서 은이언니랑 한참 얘기하다가 안까이는 프로그램을 우리가 만들어보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후 윤정수와 함께한 '님과 함께2'로 숙크러쉬라는 별명이 생기며 주가가 올랐고, 김숙은 마침내 2020년 연예대상을 거머쥐었다.
20대와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20대 때는 방황하는 시절도 있었지만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여기가서 상처받고 저기가서 상처받고 했다면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서 제 행복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숙은 "중간에 실패했던 20년은 좋은 추억으로 남더라. 나는 꿈이 뭔가 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포기는 하지 마라 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을까. 방황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면서도 "너무 방황하지는 마라. 옆에 송은이와 유재석이 없다면 방황하지 마라"라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사진] OSEN DB, 방송화면 캡쳐
지민경([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