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관세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산업계가 전반적으로 긴장하고 있다. 관세로 인해 물동량이 줄어들면 대한항공의 화물 사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의 항공부품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원태 회장은 5월 1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유럽행 노선에서 고객이 감소하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며 “전년 대비 5% 수준이지만 우리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이어 “한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으며 이 두 나라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닥칠 영향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원태 회장은 6월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차기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항공 산업이 관세로부터 보호 받는 방안을 우선 과제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세에 대한 우려와 정부에 대한 요청을 보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 총수가 경제 단체를 통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정부에 목소리를 낸 사례는 많지 않다. 그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 관세가 시급한 문제인 뜻으로도 풀이된다.
대한항공의 주요 사업은 항공 운송 서비스지만 항공기 부품 제조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에 동체 및 날개 구조물 등의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또 군용항공기 기체구조물 제작 등에 참여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항공기 부품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면 대한항공 부품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단 항공기 부품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면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한항공 화물 운송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최근 미국행 물동량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오는 8월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대한항공 화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조 532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고,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수송량은 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화물 부문 실적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며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4분기 화물 물동량은 전년 대비 각각 8.1%, 6.2%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 결과에 따라 추정치는 크게 변동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을 1조 5000억 원에 최종 인수했다. 상당한 거액을 지출한 가운데 실적마저 악화되면 대한항공의 재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안 그래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5375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310억 원으로 19.81%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실적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다행인 점은 에어인천이 8월 1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에 대해서는 관세 불확실성 리스크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게 된다.
조원태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조 회장이 한국을 대표해 관세 협상에 나설 수도 없다. 조 회장으로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상에 기대를 걸어야만 한다. 조 회장이 외신 인터뷰에서 관세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특정 조건을 통해 관세를 면제 받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이 보잉의 항공기를 대량으로 구매한다는 조건을 제시해 관세를 면제 받는 등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대한항공은 지금껏 보잉뿐 아니라 에어버스와도 적지 않은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관세 대책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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