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보호 현장 조사 등
내년 주요 사업 14개 중 11개
세수 부족 이유로 축소 편성
북 인권·교육원 설립에 집중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주요 사업 관련 예산 대부분이 올해 대비 축소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20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인권위의 ‘2025년도 세입·세출예산안 각목명세서’를 보면 인권위는 주요 사업 14개 중 11개의 예산안을 올해보다 줄여서 냈다. 인권위는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올해보다 11억2700만원 많은 424억3000만원의 내년 예산안을 제출했는데 주요 사업비 편성액은 3억8900만원 줄였다.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인권보호’ 분야 사업들의 예산을 올해보다 총 5억6700만원 적게 편성했다. 사업별 축소액은 ‘상담서비스 접근성 제고’ 2억6300만원, ‘취약분야 인권개선 사업’ 1억3300만원, ‘장애인 인권증진 사업’ 1억4300만원, ‘차별시정 및 혐오대응 강화 사업’ 2600만원, ‘군인권 보호 및 증진’ 200만원 등이다.
장애인 인권증진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24.7% 감소했다.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토론회·토크 캠페인 등 예산이 축소분에 포함됐다.
올해보다 10.4% 줄어든 취약분야 인권개선 사업에서는 ‘인권침해 기획조사’ 사업 예산이 크게 줄었다. 이 사업에는 구금 보호시설 방문조사·노인복지시설 방문조사 체계 구축·인권상황 개선방안 연구 등이 포함돼 있다. 인권상황 개선방안 연구 예산은 올해 편성됐던 1억6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주 인권 가이드라인 이행 모니터링은 900만원, 이주민·난민 인권증진을 위한 실태조사는 200만원 낮춰 편성됐다.
예산이 늘어난 주요 사업은 지역 인권문화 확산·인권교육 기획 및 운영·북한인권 개선 사업이었다. 인권교육 기획 관련 사업 증액분 7억2200만원의 대부분은 2026년 개원 예정인 ‘국가인권교육원’ 설립 관련 예산이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교육원 공사비·물품비 등으로 7억4400만원을 편성했다. 북한인권 개선 사업은 4400만원 증액한 1억8500만원을 적어냈다. ‘북한이탈주민 인권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신규 사업으로 정하고 4900만원을 지출하겠다고 했다.
전날 국회 운영위에서는 인권위의 사업 예산 삭감에 관한 질의가 쏟아졌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현장에서 일하고 실태조사하는 예산을 줄여가고 있다. 인권위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거냐”고 질의하자 안창호 위원장은 “제가 오기 전에 예산이 편성됐다”고 답했다.
인권위 예산 담당자는 “세수 부족으로 전 부처가 최대한 증액 소요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권교육원 개원에 집중 투자를 하다 보니 사업비 일정 감액이 불가피해 추진에 지장 없는 선에서 감액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역대급 세수결손의 대가가 국민 기본권과 인권을 보호하는 예산까지 삭감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인권위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스스로 저버린 예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