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도 오열하지 않은 냉혈인간인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사진) 마지막엔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엔딩 자막과 함께 1~3편 주요 장면이 흘러나왔을 때다. 시리즈가 끝나는 게 아쉬워서라기보다 화면에 등장한 브리짓(르네 젤위거), 마크(콜린 퍼스), 다니엘(휴 그랜트)이 너무 젊어 보여서. 25년의 세월 ‘폭싹 삭아버린’ 그들만큼 나도 늙었겠지, 슬픔이 몰려왔다.
9년 전 3편에서 43세에 출산과 결혼을 경험한 브리짓은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50대가 됐다. 느닷없이 닥친 상실에 침잠하던 그가 다시 ‘일과 사랑’을 시작하며 다이어리를 펼친다는 내용.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가 영화의 주제인가 싶을 정도로 브리짓은 여전히 귀엽게 좌충우돌, 이젠 절친이 된 다니엘의 애정행각도 여전하다.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겐 반가운 익숙함이다.
브리짓에게 유머 감각을 물려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딸과 나누는 대화가 찡했다. “브리짓, 살아갈 자신이 있니?” “아마도요”라고 희미하게 답하는 브리짓에게 아버지는 당부한다. “그냥 사는 거로는 부족해! 기왕 사는 거 제대로 살겠다고 약속해라.”
제대로는커녕 나이만 먹고 있나 서글퍼질 땐 ‘인생의 U자 곡선(U-bend) 이론’을 떠올리는 것도 좋겠다.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들이 72개국 사람들의 행복감을 조사한 결과다. 대부분 20대부터 행복감이 줄어 40대~50대 초반 가장 불행하다. 다행히(?) 전 세계 평균 46세에 바닥을 찍고 이후 행복의 상승 곡선을 탄다는 이론. 그런 의미에서 ‘올 바이 마이 셀프’를 힘껏 부르는 행복한 브리짓 할머니를 다시 한번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