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항소 포기로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2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 형이 ‘무겁다’는 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남욱 변호사가 2심에서 징역형을 대폭 감형받고 추징을 선고받는다면 형이 가벼워진 걸까, 무거워진 걸까.
징역형 깎고 추징 늘리면 ‘불이익’?…액수·형량 따라 달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8년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주문을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실질적으로 고찰해 그 형의 경중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판결을 근거로 징역형이 깎이는 대신 추징액이 늘어난 상황을 ‘불이익 변경’이라고 보는 판례와 아니라고 보는 판례가 공존한다. 추징 액수와 형량에 따라서 사건마다 달리 판단하는 셈이다.
1982년 대법원은 1심에서 징역 10개월, 추징 20만원을 선고했다가 2심에서 징역 8개월, 추징 45만원을 선고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추징은 실질적으로 볼 때 몰수와 차이가 없어 형벌적 성격을 갖는다”며 “형을 이와 같이 실질적인 의미에서 따질 때는 추징은 형에 준하여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심이 선고한 추징액 2배가 넘는 다액인 추징을 부가 선고한 원심판결은 1심에 비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됐다”고 봤다.
추징액 1억2000만원 증액 인정한 사례…징역 감형 감안

반대로 추징액이 늘었더라도 징역형이 감형됐으므로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본 판례도 있다. 1998년 대법원은 프랑스 유학 중인 자녀들의 주거용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외화를 불법 송금한 피고인이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징역형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다만 추징액은 5억3600만원에서 6억5700만원으로 늘었다.
대법원은 이같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징역 1년 및 집행유예기간 1년을 감축하고 있는 점에 비춰, 추징액이 위와 같은 정도로 증액됐다는 사실만으로 1심 판결보다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추징액 약 1억2000만원이 늘어나서 형이 무거워진 것보다, 징역형이 줄면서 형이 가벼워진 측면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1심에서 없던 추징이 2심에서 추가된 사례도 있다. 2016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산림자원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의 항소가 없었으나 45만원의 추징을 추가했다. 징역형은 10개월에서 8개월로 줄었다. 재판부는 불법 임산물은 법에 따라 반드시 몰수·추징해야 하는데도 1심에서 추징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원심의 주형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이상, 부가형인 추징을 당심에서 추가하더라도 전체적·실질적으로 볼 때 피고인에 대한 형이 불이익하게 변경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선고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조계 “수천억 추징 대장동 사건에 적용 불가”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일상적 사건을 수천억원대 배임을 주장하는 대장동 사건에 대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은 추징액 1억, 2억을 다투는 게 아니다. 미세한 조정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가령 징역형이 1년 깎인다고 해도 얼마나 추징을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결국 ‘민간업자들의 시간이 돈으로 얼마나 큰 가치가 있나’라는 질문에 부딪혀 증액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판례들은 모두 2심 재판부가 자신들의 판결이 법원에서 파기될 가능성을 감수하고 추징액 증액을 선고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소한 사건이라면 몰라도, 대장동 사건 항소심에서 추징액 증액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심 판결은 이미 유죄 선고된 부분(부패재산몰수법상 범죄피해재산 428억+뇌물)에 있어서는 추징을 할 수 있는 만큼 한 것 아닌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부분을 무죄에서 유죄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추징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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