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용·노동·산업안전 법률에 사업주(사용자)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200여 개에 달해 과도한 형벌 규제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경영계에서 제기됐다. 경영계는 처벌 중심의 규제를 비형사적인 행정 제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9일 '고용·노동 관련 법률상 기업 형벌 규정 현황 및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경총은 올해 8월 기준으로 고용안정·고용차별 금지·근로기준·노사관계·산업안전보건 5개 분야의 25개 법률에 총 357개의 형벌 조항이 존재하며 이 가운데 사업주를 직접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이 233개(65%)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업주 처벌규정이 1개 이상인 법률은 25개 중 19개였다.
형사처벌 조항이 가장 많은 법은 산업안전보건법(82개), 근로기준법(72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31개) 순이었는데, 근로기준법의 경우 72개 형벌조항 중 68개(94%) 조항이 사업주를 대상으로 처벌을 규정하고 있었다. 채용절차법·남녀고용평등법·고령자고용법·기간제법·근로자참여법·중대재해처벌법은 오로지 사업주만을 형벌 적용 대상으로 두고 있어 '사업주 편향적 형사책임 구조'라고 경총은 지적했다.
전체 형벌조항 중 268개 조항(약 75%)이 징역형이었고 형량은 ‘징역 3년 이하’ 및 ‘벌금 3천만 원 이하’에 집중됐다. 아울러 357개 형벌조항 중 336개(94%)가 양벌규정 적용 대상으로 돼 있었다. 양벌규정이란 범죄가 이뤄진 경우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소속 법인이나 사업주에 대해서도 벌금형으로 처벌을 하는 규정이다. 실제 위법행위에 관여하지 않은 사업주까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되도록 한 것이다.
경총은 분쟁의 여지가 있거나 경미한 사안까지 형벌로 규제해 사용자의 소극 경영과 노무관리 위축 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형벌은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최후 수단으로 고려돼야 함에도 고용·노동 관련 법률은 처벌 중심의 규제가 일반화돼 있다"며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행정 제재로 대체하는 비범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광범위한 양벌규정은 형벌의 남용을 초래하고 사업주의 형사처벌 리스크를 불필요하게 증가시킨다"며 "최소한의 범위로 합리화해 법적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무분별한 형사처벌 중심의 규제는 불필요한 전과자를 양산하고 기업의 투자·고용 결정에 위축 효과를 초래해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며 “정부가 ‘성장전략 TF’를 통해 기업부담 완화 및 경제형벌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고용·노동 관련 법령 내의 낡은 형벌 중심 구조도 함께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