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편입 후 지속 적자
신한금융, 1000억 유상 증자 지원 결정
비대면 미니보험으론 성장 기대 어려워
롯데손보 인수는 없던 일로 … '규모' 숙제 풀어야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기대에 못미쳤다며 뼈아픈 반성을 한 데 이어 비이자 이익 확대를 위한 그룹의 수익 구조 다변화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그룹의 만년 적자생인 '신한EZ손해보험'에 유상 증자를 하며 연초부터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섰다. 신한EZ손보가 이번 증자를 계기로 장기보험 위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사업 분야를 확장해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4조5558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이 실적을 리드한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로는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가 호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반면 신한EZ손해보험을 필두로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저축은행 등이 부진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 중 신한EZ손보는 지난 2022년 신한금융의 마지막 비은행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적자행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범 직후인 2022년에는 150억원의 손실을 냈고 2023년 78억원으로 손실이 소폭 줄었으나 2024년 174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신한EZ손보는 2022년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을 제공한다는 그룹의 비전 아래 사명에 EZ(easy, 쉬운)라는 단어를 넣으며 출범했다. 이후 금융안심보험, 여행자보험, 신용보험 등 상품을 출시했지만, 비대면 중심의 영업 채널을 이용하는 디지털 손보사의 한계를 극복하긴 어려웠다. 디지털 보험사 대부분이 단기·소액 위주의 미니보험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미니보험은 장기보험보다 보험료가 적고 손해율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보험은 정기적으로 보험료가 들어오기 때문에 꾸준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고, 재무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장기보험은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에서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는데도 용이하다.
신한EZ손보 안팎에서 장기화한 적자 타개를 위해 외형 확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증자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신한EZ손보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한지주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신한지주의 신한EZ손보 지분율은 기존 85.10%에서 91.72%로 높아졌다. 특히 이번 증자는 진옥동 회장의 비은행 계열사 역량 강화와 수익 확대 의지를 연초부터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진 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제2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한의 강점이었던 비은행 성과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뼈아픈 반성을 했다.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일류 금융으로 도약하겠다"며 "비은행 이익 확대를 위해 그룹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유상증자에 따라 신한EZ손보는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확보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상품 판매, 청약 및 심사, 보험금 지급 등 IT 시스템을 확충할 계획이다. 장기보험 위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흑자전환에 매진한다는 구상이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 실손보험을 출시하며 장기 상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며 단기성 보험 중심 구조를 탈바꿈 하고 있다. 장기 상품 서비스 확대를 위해 대면 영업을 늘리는 방식도 준비 중이다.
신한EZ손보 관계자는 "보험업권 시장이 장기 보장성 중심으로 흘러가는 만큼 대면 채널을 통한 영업을 늘릴 계획"이라며 "다만, 보험사 내 설계사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신한 라이프의 교차 채널을 이용한 영업 확대, 보험대리점(GA) 채널을 통한 상품 판매, 디지털 채널 활용 등 타사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유상 증자는 금융지주의 비은행 수익 강화 측면"이라며 "신한EZ손보에 대한 유상증자는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검토해왔던 사안"이라고 밝혀 일회성 결정이 아님을 시사했다. 아울러 "이번 유상증자는 서비스 다각화에 목적을 둔 것으로 기존 디지털 손보사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변경에 따라 장기보험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향후 흑자 전환을 위한 밑바탕을 깐 것"이라며고 부연했다.
금번 유상증자로 신한EZ손보가 당장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경쟁사들이 M&A 방식으로 외연 확장에 나서는 것과 달리 신한금융이 올해는 내부 역량 강화에 무게를 실으며 체질 개선에 나서는 방식을 택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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