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되면서 농산물 산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골목상권 보호에 관심이 많았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송재봉·오세희 의원은 지난해 8·9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던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일을 평일이 아닌 공휴일로 정하도록 제한하는 게 뼈대다. 마트 종사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여당 상설기구인 민생연석회의 또한 3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것을 20대 민생 의제에 포함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의원은 9일 “대형마트들이 법정공휴일에만 휴업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당이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형 유통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전 정부에선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제 폐지 방침을 공식화하고 전국 지자체에 자율 협의에 따른 평일 휴업 방침으로 선회하도록 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기초자치단체는 6월 기준 79곳이다.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가 입점해 의무휴업을 시행해야 하는 전체 지자체(173곳)의 45.7%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환경이 온라인 위주로 돌아섰고 내수침체 회복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공휴일 휴업을 강제한다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중국계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산물 산지에서도 우려가 많았다. 특히 저장성이 약하거나 주말 판매량이 월등히 높은 농산물을 취급하는 산지에서 근심이 컸다. 깻잎·상추·케일 등을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충남 금산 만인산농협 거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김동영 과장은 “주말 공급량이 평일 대비 월등히 높은 만큼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한다면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 “휴업 땐 서울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으로 출하해야 하는데, 출하쏠림 현상으로 값이 떨어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수박·딸기·참외 주산지도 노심초사다. 황종익 충남 서부여농협 유통센터장은 “APC 매출액의 60%를 대형마트 3사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박은 대형마트 주말 쇼핑객을 겨냥해 목·금·토요일 나가는 물량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그는 “딸기는 하루 차이로 품위가 급격하게 저하되는 만큼 딸기 출하 때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상천 경북 성주 월항농협 APC 센터장은 “농산물 시세가 상승세를 보이다가도 2주에 한번씩 공휴일에 쉰다면 흐름이 꺾일 수 있어 농가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장성 있는 품목 산지에선 느긋한 반응을 내비쳤다. 양파 주산지 관계자는 “2012년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도입 당시 마트 발주량이 생각보다 많이 줄지 않았다”면서 “비교적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경 기자 wh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