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에 발목…갈길 먼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

2025-06-17

서울시가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이 표류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양육자의 돌봄 부담을 낮추고 있다 보고 있지만 높은 비용 부담에 본사업 전환이 무기한 연기됐다.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17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관리사 간담회'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 여부는) 돌봄비용 부담 완화와 관련해 보완 방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려움이 있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과 노동법이 동일하게 적용돼 돌봄비용 부담 완화라는 당초 취지를 충분하게 실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에 제안해 시작한 사업이다. 맞벌이나 한 부모, 다자녀 가정의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도와주기 위해 외국인 인력(E-9 비자)을 활용하는 제도다. 현재 86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143개 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중 본사업에 대한 계획을 확정하고자 했으나, 비용 부담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용 요금은 퇴직금과 업체 운영비 등을 반영한 시간 당 1만6800원으로 주 40시간 이용 시 매달 3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한다. 고비용 문제로 사업 초기 서비스 신청 가구의 40%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집중돼 사업 취지와 다르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이용 가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노동부는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라 국적에 의한 임금 차별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정례회 시정질문에서도 “당초 생각했던 대로 매우 저렴한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정부 정책 가운데 소득이 낮은 가정에 아이돌보미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 있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이용할 때도 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낮은 의사 소통 능력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는 가사관리사를 선정할 때 영어, 한국어 능력 평가를 거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사관리사가 한국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가사관리사 박걸리씨는 “의사 소통이 잘 안 돼 오해를 하게 되거나 원하는 것을 잘 눈치채지 못한다”며 “그럴 때는 통역 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스민 에리카 씨는 “한국어는 잘 못하지만 일하는 가정에 가면 2살 아이를 포함해 가족들과는 모두 영어로 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가사관리사 사업이 사실상 영어교사 사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들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주요 업무"라며 "가사관리사들이 영어 교재를 이용해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일할 역량과 자격이 되는 분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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