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곳곳 자꾸 붓는데 원인 못 찾아 ‘진단 방랑’ 중이라면··· ‘이 질환’ 의심해봐야

2025-12-08

얼굴과 목, 손발 등 신체 곳곳에 갑자기 붓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유전성 혈관부종’을 의심해야 할 수도 있다.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진단 방랑’이 흔한 대표적인 질환이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혈장 단백질인 ‘C1-에스테라제 억제제’가 결핍되거나 기능이 저하돼 다양한 신체 부위에 급성 부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인구 5만~10만명당 1명 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병률에 근거한 국내 환자 수 예상치인 1000여명에 비해 2024년 기준 희귀질환 산정특례에 등록된 인원은 약 300명에 그쳐 상당수의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은 인지도가 낮고 환자마다 증상과 중증도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진단 방랑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단순 알레르기나 두드러기 등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는 비율이 높다. 심지수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는 진단까지 평균 8년이라는 장기간 진단 방랑을 겪으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며 “진단 이후에도 예측 불가능한 발작과 응급상황에 상시 노출돼 심리적·금전적 부분에도 상당한 부담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문제가 되는 C1-에스테라제 억제제의 농도와 기능 등을 측정하는 혈액검사,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 및 가족력 확인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린다.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눈, 입술, 기도, 혀, 복부, 손발 등에 급성 발작 형태로 부종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상부 호흡기에서 발생하는 후두 부종은 빠르게 적합한 치료·관리를 받지 못하면 기도가 막혀 질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 환자 중 약 75%는 이런 증상이 가족력과 함께 발생하지만 나머지 25%는 가족력 없이 돌연변이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부종은 대체로 뚜렷한 이유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스트레스, 경미한 외상, 치과 치료, 에스트로겐 노출 등의 영향으로 증상이 유발되기도 한다. 치료는 예방치료와 발작이 일어났을 때의 응급치료로 나뉘는데, 특히 급성 발작 시 빠른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국내에선 2018년부터 급성 발작을 신속히 완화할 수 있는 응급 자가투여 주사제(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가 급여화돼 있어 환자들은 투약법에 관한 교육을 받고 나면 집에서도 발작 초기 단계에 투약을 할 수 있다.

심지수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은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발작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면서 “진단 비용 경감, 관련 정보 공유 확대, 응급약 접근성 향상 등이 이뤄진다면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의 치료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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