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투표율 사상 최고치…사전투표율도 새 기록 쓸까 [미드나잇 이슈]

2025-05-27

재외국민 투표율 ‘역대 최고’ 79.5% 기록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높은 관심 영향

사전투표 유불리 관심…투표 독려 총력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재외국민 투표율이 79.5%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에서 재외국민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열기가 오는 29~30일 진행되는 사전투표에도 이어질지, 어떤 후보에게 유리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된 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에서 명부등재 선거인 수 기준 79.5%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추정 재외선거권자 197만4375명 중 25만8254명이 명부에 등재된 가운데 이 중 20만5268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재외국민의 10.4%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2012년 재외투표가 도입된 뒤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2022년 치러진 20대 대선 투표율(71.6%)보다 7.9%포인트(p),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된 19대 대선(75.3%)보다 4.2%포인트, 18대 대선(71.1%)보다 8.4%포인트 높다. 총선의 경우 지난해 62.8%로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번 재외투표는 전 세계 118개국 223개 재외투표소에서 실시됐다. 참여한 유권자는 대륙별로 아시아 10만2644명, 미주 5만6779명, 유럽 3만7470명, 중동 5902명, 아프리카에서 2473명으로 집계됐다.

과거 재외유권자는 보수 성향의 교포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유학생과 청년층의 참여가 늘면서 정치 성향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론’과 ‘거대 야당 심판론’이 맞서는 구도로 부각되면서 재외국민의 관심도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분위기가 사전투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본투표율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면서 지지층을 사전투표장에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치러진 22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31.28%로, 본투표율(35.72%)과 4.44%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20대 대선 사전투표율은 36.93%로, 최종투표율(77.1%)의 절반에 달했다.

사전투표 시작을 이틀 앞두고 각 대선 후보들은 본격적인 투표 독려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에서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25일 충남 아산 유세에서 “투표지가 총알보다 강하다”며 “사전투표를 많이 해서 필승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 때도 사전투표를 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아야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호중 총괄본부장은 “재외국민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계엄·내란 사태를 초래하고도 제대로 된 반성조차 없는 극우 내란 세력의 뻔뻔함에 축적된 민심이 폭발한 것”이라며 “재외국민 투표의 동력을 사전투표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도 사전투표에 참여할 계획이다. 김 후보는 전날 경기 안성시에서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전에도 사전투표를 했다”며 “사전투표를 안 하면 투표율이 너무 떨어지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지만, 부정선거를 우려한 지지층이 사전투표에 불참해 전체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최근 입장을 바꿨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를 기점으로 골든크로스가 실현되고 판세를 뒤집을 대역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29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사전투표에 나선다. 이 후보는 SNS에 “젊은 세대는 수준 낮은 협잡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표를 사전투표부터 바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와 정치 성향에 따라 사전투표 의향이 확연히 갈린다. 실제로 김문수 후보 지지층은 이재명 후보나 이준석 후보 지지층에 비해 사전투표 의향이 낮은 편이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8%포인트, 응답률 19.5%) 결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52%가 사전투표 의향을 밝혔다. 본 선거일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4%였다.

반면, 김문수 후보 지지자 중 사전투표 의향을 밝힌 이들은 11%에 불과했다. 86%가 선거일 당일 투표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전체 응답자 기준 사전투표 35%, 본투표 61% 응답과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에이스리서치가 한국지방신문협회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3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8%포인트, 응답률 9.0%)에서도 보수 성향 응답자의 75.4%가 본투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사전투표 응답은 22.2%에 그쳤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본투표 47.6%, 사전투표 50.3%로 사전투표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도층은 본투표 60.6%, 사전투표 37.9%로 나타났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이번 대선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사전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통화에서 “후보 간 경합의 정도가 투표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사전투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 단일화가 불발되면 사전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고, 막판 단일화가 성사되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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