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의자에 앉기까지 삼십 년이 걸렸다
비로소 의자에 앉아보니 의자가 우뚝 서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아래를 굽어볼 수 있다니 그의 허리도 의자처럼 덩달아 꼿꼿해졌다
또 의자에 기대어 옆에 서 보니 의자는 다소곳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끌어당겨 만져보니 숨겨놓은 애인처럼 포근했다
이 의자에 앉기까지 생을 막다른 길에 몰아 넣었다 생각하니 허망했다
의자는 앉아 있는 걸까 서 있는 걸까 의자에 엉덩이를 뜯어 먹혀 본 사람은 알리라 왜 의자는 늘 배고픈 하마처럼 아가리를 딱 벌리고 있는지를
삼십 년이 걸려서 앉았다니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함께 출발했지만 그 의자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의자는 성실하게 살아온 노고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스스로 격려하며 잠깐 허리가 꼿꼿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을 의자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능력에 맞지 않는 높은 의자에 엉덩이를 뜯어 먹히는 사람도 안됐지만, 그가 내리는 명령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면 난감한 일이다.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