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나원균 대표와 이양구 전 회장 측 간 맞고발로 격화되고 있다. 나 대표의 삼촌인 이 전 회장 측이 나 대표 등 경영진 3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나 대표 측도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동성제약은 지난 25일 이 전 회장이 협력사 오마샤리프화장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회사 자산인 동성제약 주식 121만여 주를 무상 또는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제삼자에게 넘겨 약 9억5000만원 상당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4월 브랜드리팩터링과 동성제약 주식 368만여 주 매매계약 과정에서 오마샤리프화장품 보유 주식을 적법한 절차 없이 저가로 처분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한편, 이 전 회장 측은 지난 6월 나 대표 등 경영진 3명을 자기자본 30.6%에 해당하는 177억원을 횡령·배임했다며 서울 도봉경찰서에 고소했다. 동성제약은 부당한 고발에 대해서는 형사조치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번 분쟁은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조카 나 대표에게 넘기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 전 회장은 보유 주식 일부를 장외 매도했으나 지난 4월 보유 지분 368만 주(14.12%) 전량을 소연코퍼레이션에 시가보다 14.8% 낮은 가격에 매각했다. 매수권은 브랜드리팩터링에 승계돼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2년간 회장직 유지와 주식·경영권 재매입 권리를 확보했으며, 거래 내용을 회사와 나 대표에게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곧바로 나 대표 등 현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냈다. 나 대표 측은 회생절차 신청으로 대응했으나 법원은 주주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음 달 12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나 대표와 이 전 회장 측은 표 대결을 벌인다. 상반기 기준 브랜드리팩터링이 11.16%로 최대주주, 나 대표는 2.88%로 열세다. 기타 5% 이상 지분 보유 대주주는 없으며, 소액주주가 77.65%에 달해 이들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나 대표는 이 전 회장이 지분 매각 당시 낮은 가격으로 주가 급락 피해를 야기했고 핵심 자산 '포노젠'을 개인 사업으로 이전할 수 있는 조건을 계약에 포함시킨 점을 문제 삼는다. 반면 이 전 회장은 현 경영진이 회사 자금을 불법 유출해 주가 조작과 거래 정지 사태를 초래했다고 폭로하며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한다. 브랜드리팩터링 측도 현 경영진의 불법행위가 회사 거래 정지의 주요 원인이라 지적했다.
주주들은 이번 분쟁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감정적인 갈등보다 회사 정상화와 주주가치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동성제약 종목 토론방의 한 투자자는 "서로를 향한 비난보다 회사 미래를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