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관광 벤처와 함께 AI 관광강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2025-10-15

관광의 무대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길목에 서 있다.

과거 관광이 단순히 명소를 찾아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여행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여행자의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속 AI는 실시간으로 길을 안내하고, 다양한 언어를 번역해 국경을 넘어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개인의 니즈를 고려한 맞춤형 일정을 짜주는 '여행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 기술이 상상력을 결합해 관광을 또 다른 문화적 경험으로 재탄생 시키고 있는 것이다.

AI는 구체적으로 관광산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까? 크게는 관광객의 '경험 혁신'과 '산업 효율성'이라는 두가지 축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AI는 개인의 여행 행태를 바꾸고 있다.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은 여행자의 과거 취향과 이동 패턴을 분석해 '나만의 여행 일정'을 제공한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이 접목된 몰입형 체험 프로그램은 마치 과거의 시간여행이나 미래 도시에 들어선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획일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개인의 감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경험의 혁신을 가져온다.

또, AI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예컨대, AI 기술을 통해 항공·철도·숙박 예약 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고 복잡도를 사전에 해소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관광객의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킨다. 관광산업의 구조적 문제인 인력 의존도를 줄여 중소기업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돕는다. AI 기술 자체가 관광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더 나아가 AI는 관광의 포용성과 다양성 확대에도 기여한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맞춤형 이동 서비스, 농촌·어촌 등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비주류 관광지를 새로운 명소로 발굴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관광의 외연이 넓어지고, 누구에게나 열린 여행이 가능해지는 길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변화와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여 발전시키고 있다. 일본은 주요 관광지와 공항을 중심으로 AI 다국어 안내 서비스를 도입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높이고 있고, 유럽의 여러 도시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특정 관광지의 혼잡을 분산시키는 실시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관광분야의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그 성장을 지원해왔다. 최근에는 관광산업의 변화를 반영하여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기업에 대한 지원 또한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숙소를 선별해 소개하는 '스테이폴리오', 호텔 등 숙박업의 비대면 서비스 신속 처리를 지원하는 스마트 호텔 플랫폼 '똑똑'을 개발한 '에이디오트', 국내 여행지의 가성비 좋은 서비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꿀렁' 등이 그 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직 많은 장벽과 제약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기술 활용의 핵심인 관광 데이터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관광객 이동 패턴, 소비 성향, 숙박 및 교통 정보는 AI 서비스 구현의 필수 자원이나, 민간기업이 확보하기에는 비용과 절차의 장벽이 크다. 또 데이터 과학자와 개발자 같은 전문 인력은 대기업이나 연구기관에 집중돼 있어 벤처 기업은 인재 확보가 쉽지 않다. 초기 창업 단계에서 기술 검증과 시범사업에 필요한 자금 역시 부족하다.

기술의 변화가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여는 지금, 벤처 기업들이 이러한 제약을 넘어설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 관광은 'K컬처'라는 독보적 자산을 갖춘 만큼,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관광산업이 AI 기반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기업·학계·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다음의 노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문화유산과 K컬처 콘텐츠에 AI 등 디지털역량을 결합해 세계 관광객에게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해야 한다. K컬처를 체험하고 관련 장소를 직접 방문하는 로케이션 투어 등을 AI 기반 맞춤형 콘텐츠로 개발하고, 지역 관광에 AI를 활용해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전국으로 분산시키는 균형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문체부는 2026년부터 전국에서 10개 지역을 선정하여 교통, 안내, 안전 등 주요 이슈를 AI 기술 기반으로 해결하는 'AI 기반 지역관광 선도 프로젝트 사업'를 새로 추진한다. 그 결과물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여정과 경험에 차별화된 매력을 더할 것이다.

둘째, AI 솔루션을 실증하는 생태계를 적극 조성해야 한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은 관광 벤처기업이 개발한 AI 기술이 접목된 관광 서비스가 실제 현장에 적용돼 발전할 수 있도록 살아있는 연구실로서 테스트베드를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벤처기업이 현장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2026년 신규 사업인 '관광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으로 테크 선도기업과 벤처기업을 매칭해 진행하는 실증사업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사업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인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AI를 이해하고 관광의 가치를 아는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 단계부터 융합 교육을 강화하고, 산업 현장에 맞는 전문 교과를 개발하는 동시에, 지역별 산학연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기업-지역이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K팝, K드라마, 한식 등 이른바 'K컬처(K-Culture)'는 이미 세계인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었고, 실제 방한 관광객 수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약 1750만명을 뛰어 넘어 올해는 19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류 콘텐츠 인기로 젊은 세대의 방한 비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고, 특정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로케이션 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K컬처와 관광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정책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은 'AI 관광 강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설 것이다. 문체부는 관광벤처기업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실험의 무대를 제공하고, 차별화된 매력과 콘텐츠를 개발하며, 인재와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세 축을 중심으로 정부·기업·학계·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 관광 벤처기업이 만들어낼 혁신은 경제적 성과를 넘어 한국 관광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필자〉연세대에서 행정학 학사 학위를 받고, 미국 센트럴미시간대 대학원에서 여가·레저학(Recreation & Leisure)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등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세계관광기구(WTO) 근무를 비롯해 방송영상광고과장, 국제체육과장, 도서관정책과장, 저작권정책과장, 체육정책과장, 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장,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 등을 지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기획부장과 조직위원회 문화행사국장으로서 국제행사 운영 경험도 쌓았다. 이후 미디어정책국장, 종무실장,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 등을 거쳐 2025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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