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요즘 IT 솔루션 기업에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다. AI 서비스를 하는 곳 중 상당수가 자신들의 제품에 ‘AI 에이전트’라는 단어를 붙일 정도로 화두다. AI 에이전트라는 개념은 각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AI가 사람이 해야 할 업무를 대신해 운영 자동화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는 공통적인 의미를 가진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솔루션 스타트업 클로저랩스는 AI 에이전트를 ‘정답이 있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해주는 업무 보조 역할’이라고 정의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가령, AI 에이전트는 기업 담당자가 매주 월요일마다 작성해야 하는 주간 리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혹은 기업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커머스 기업의 경우 “지난주 배송지연이 많았던 배송사를 순서대로 알려줘”라는 명령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뽑아볼 수 있다.
업무 보조 역할을 해내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정해진 규격에 맞추는 것이다. 이를 데이터 정형화라고 한다. 기업은 음성, 텍스트, 이미지, 전자파일(PDF), 워드프로세서, 계약서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써먹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공통된 규격으로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다. 산적된 데이터의 양이 방대할뿐더러, 규격을 맞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클로저랩스는 금융, 커머스 등 주요 산업군 별 비정형 데이터를 규격에 맞춰 정형화하는 작업을 다수 진행했다. 이런 노하우를 기반으로 고객이 업무 운영화를 할 수 있는 자사의 AI 에이전트 솔루션 ‘ADP’를 개발했다. 자동으로 보고서를 생성하거나 기업이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클로저랩스만의 강점은 빠른 도입이다. 기업은 짧으면 한 달 이내에 ADP를 도입할 수 있다.
클로저랩스가 데이터 정형화, 솔루션의 빠른 구축 등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고객센터 상담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쌓은 경험 덕분이다. 출범 초기 고객센터의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사업을 하면서 기술 노하우를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업무 운영화를 위한 AI 에이전트 솔루션을 개발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박경호 클로저랩스 대표(=사진)를 만나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 정형화 기술, 그리고 서비스 내용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쏘카 출신이라고
그렇다. 창업 전 쏘카에서 차량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한 AI 업무와 AI를 활용한 고객 상담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고객상담 프로젝트의 경우 잘 되진 않았지만 배운 것이 많다.
고객상담 업무는 질문이 들어오면 명확한 정책을 기반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데, 이때 생성형AI를 이용하면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 고객센터에 접촉한 대부분의 고객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감정적인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반면, 챗봇은 문제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AI가 상담원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상담원의 일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돕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이 아이디어로 클로저랩스를 창업했다.
-클로저랩스, 어떤 회사인가
작년 3월 출범 이후 고객센터 고객상담(CS) 솔루션을 만들어 공급해왔다. 올해부터 기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 업무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고객상담 솔루션 먼저 설명을 듣고 싶다
고객상담 솔루션 ‘데스크룸’은 데이터 기반의 CS 솔루션이다. 대부분의 고객상담 챗봇은 고객에게 상담원 연결 전, 먼저 연결되어 상담원에게 가는 문의 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때 AI가 잘못 답변을 하거나 고객의 감정적 위로를 해소해줄 수 없다는 점을 고려, AI가 상담원에게 적절한 답변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상담원은 데스크룸에서 상담 시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고 AI가 만든 답변을 골라 고객에게 채팅으로 응답할 수 있다. 또 상담원은 고객의 제품이 출고, 대기 상태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채팅 외 전화 상담을 위한 서비스도 있는지
전화 상담도 마찬가지로 AI가 고객 문의에 적절한 응대를 할 수 있는 스크립트를 추천한다.
-AI가 추천하는 답변은 어떤 내용인가
일반적으로 고객이 상담원에게 하는 질문은 명료하거나 깔끔하지 않다. 가령 처음에 고객이 제품에 대한 고장 접수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청소기 필터를 살 수 있냐고 물어볼 수 있다. 하나의 질문에 여러 질문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의 질문에 관련된 답변 세 가지를 만들어 추천한다.
-주로 수요가 많은 산업군은 어디인지?
커머스, 금융,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로, 비즈니스 운영이 복잡하거나 오프라인 서비스가 끼어있는 업종이 해당된다. 전체 고객군에서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로 가장 많다. 이어 금융이 10~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어떤 AI모델을 활용하고 있는지
네 종류의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하고 있으며, 그 중 챗GPT를 가장 많이 쓰고 있다. 상담 내용의 맥락 이해가 중요한 경우 클로저랩스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소리(VOC) 중 고객 문의 유형을 분류하는데 자체 모델을 쓸 수 있다.
-클로저랩스, 어떤 점에서 ‘AI 에이전트’를 표방하고 있나
지금까지 고객상담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 AI 기반의 의사결정 플랫폼 서비스를 지향한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하는 일을 보조해주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CS 솔루션을 서비스하면서 텍스트, 음성파일 등 다양한 형태의 고객상담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작업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형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이 필요한 업무를 조회, 분석하고 자동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업무 운영 자동화, 요즘 솔루션 기업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예를 들어, 계약서를 주로 다루는 기업이라고 가정하자. 해당 기업은 임시 팀을 꾸려 고객이 의뢰한 계약서 분석할 수 있다. 이때 기업은 데스크룸 솔루션을 적용해 자체적으로 계약서를 분석하는 기준에 따라 의뢰 계약서를 정리하고, 필터를 걸어 조회하고 싶은 내용만 따로 모아 볼 수 있다.
두번째 활용 사례는 상업용 부동산 관리다. 관리자는 특정 층에 TV나 자재 등을 바꾼 내용을 기록하는 업무 일지를 쓰는데, 이때 수기로 쓰거나 엑셀 등 툴을 활용한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정형화해 정리하고 원하는 항목 등을 따로 보거나 한 번에 이를 관리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운영 자동화의 예다.
-현재 해당 솔루션을 개발, 서비스하고 있는지
그렇다. ADP(AI driven descion making platform)라는 솔루션이다. 크게 네 가지 단계로 기업의 업무 운영 자동화를 돕는다. 가장 먼저 해당 기업의 운영 정책, 가이드라인, 업무 프로세스, 제품 이용약관 등을 일컫는 스키마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한다. 가령 해당 기업의 소비자가 “제품에 이물질이 나왔으니 보상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관련 대처 방안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을 한다.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꾼다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말해 AI에게 시야를 제한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량대여 서비스 기업이 사진 속 파손 차량을 구별한다고 하자. 이때 필요한 정보는 해당 차량의 차종이 무엇인지, 어떤 색깔인지가 아니라 ‘범퍼 훼손 여부’다. AI가 “해당 차량 종류는 무엇이고 어떤 색깔이다”라는 답변이 아닌 “범퍼가 훼손됐다”는 여부만 담당자에게 알려주도록, AI가 답변할 수 있는 영역을 한정해주는 작업에 해당된다. AI가 할 수 있는 답변의 범위를 제한해주는 개념인 셈이다. 솔루션 도입 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자,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그 다음 과정은 어떻게 되나
두번째로 기업에게 정형화된 데이터를 통합, 조회,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한다. 고객상담을 예로 들면, 관련 데이터는 음성,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하다. 무역 회사의 경우 계약서가 PDF, 전자서명, 스캔본 등 형식이 다양하다. 각기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똑같은 규격으로 맞추는 작업을 해야 한다.
세번째로 정리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가령 기업 담당자가 “한 달 전 고객센터로 들어온 문의 중 제품 별 가장 많이 들어온 문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 ADP가 관련 데이터를 보여주고 이를 분석해준다. 또 다른 예로, 커머스 기업의 경우 “배송지연이 많이 된 배송사를 순서대로 알려줘”, IT기업의 경우 “오늘 만료되는 계약 중 위약금이 1억원 넘는 계약을 알려줘” 등의 명령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 같다. ADP를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예시를 들어달라
대표적인 운영 업무는 주간 보고서 작성이다. 보통 주간 보고서를 쓰기 위해 담당자는 데이터를 내려 받고 지표를 뽑아 차트를 만든다. 또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내용을 도출해야 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반복적인 일에 해당된다. ADP를 활용하면 여기에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ADP는 내용 분석, 차트 생성 등 자동으로 보고서를 만들어준다. 보고서 내용 수정도 가능하다.
커머스 기업의 경우 자재, 상품별 재고율이 설정 비율(가령 80%)을 넘기면 알림을 준다. 담당자는 재고율이 높은 상품의 회전율을 보고 그에 맞는 판매 전략을 세우는 등의 대처를 할 수 있다.
-ADP, 기업이 쓰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나 디바이스 등과 연동 가능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관련해 연동 작업을 한다. 클로저랩스 엔지니어가 직접 해당 기업이 쓰는 SaaS나 디바이스의 규격을 맞춘다.
-업무 자동화를 위한 AI 에이전트 솔루션의 경우 외산을 포함한 기존 서비스가 이미 있는데, ADP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선발주자로 미국 기업 팔란티어, SAP가 있다. 클로저랩스는 이들과는 다른 시장을 보고 있다. 매출이 높고 개발 인력이 많지 않은, 혹은 개발 인력이 있더라도 데이터나 AI 인력이 적은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로저랩스는 정답이 있고 반복적인 업무 영역에만 집중한다. 주간 보고, 고객상담, 계약관리 등은 명확한 정답이 있고 매일 해야 하는 일이다.
두번째 강점은 솔루션 구축 속도다. 시스템통합(SI) 기업이 AI 에이전트 솔루션을 구축하는데 수 개월이 걸린다. 클로저랩스는 이미 정립해 놓은 산업군별 업무 규격화 기준, 노하우 등이 있어 빠르게 기업의 데이터 규격화가 가능하다. 내부적으로 빠르면 한 달, 늦어도 두 달 안으로 고객사에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지니어가 직접 고객사에 가서 커스터마이징해 솔루션을 구축한다.
-고객사가 늘면 그만큼 소속 엔지니어 수도 늘려야 할 것 같다
최근 고객 도입 문의가 늘어 엔지니어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클로저랩스가 지향하는 것은 작은 규모의 조직이다. 유입되는 고객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엔지니어 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클로저랩스는 여러 기업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령 커머스 기업의 경우 매입, 재고, 출고의 절차를 거치는데 기업 별로 중간에 검수 등 추가 절차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들이 추가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데, 클로저랩스는 (산업군 별 기업의 운영 방식, 절차 등을) 모듈화해둬서 고객의 특성에 맞게 제공하면 된다. 채용을 하더라도 고객사의 솔루션 구축을 위한 목적보다 여러 산업군, 비즈니스 모델을 충족할 수 있는 공통 모듈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한 명의 엔지니어가 더 많은 고객사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이 있는 업무 영역에 집중한다고 한 이유가 ‘할루시네이션(환각현상)’ 때문일 것 같은데, 할루시네이션 발생 비율은 얼마나 되나?
내부적으로는 0%로 말하며, 솔루션 특성상 할루시네이션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업무영역 혹은 데이터)를 잘못 분류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가령, A와 B로 나눈다고 했을 때 B를 A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 가능성은 1% 미만이다.
-앞으로 ADP가 회사의 주력 솔루션이 되는 것인가
그렇다. 마더 툴(Mother Tool)이 ADP고, 이 플랫폼의 적용 도메인 중 하나가 고객센터 솔루션이라고 보면 된다. ADP 솔루션 확산을 위해 스키마(기업의 업무 운영 방식, 절차 등)를 확대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두번째로 새로운 산업군을 커버할 수 있도록 AI엔진을 고도화하는 것, 세번째로 업무를 하는 실무자들이 솔루션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사용자경험(UX)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고객들로부터 사용 후기나 새로운 기능 추가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반영하고 있다.
-수익모델은 어떻게되나
고객센터 솔루션, ADP 모두 기업 특성에 따라 온프레미스, SaaS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솔루션 구독 비용, 구축 비용이 수익모델에 해당된다.
-최근 투자유치를 받았던데
올 1월 스프링캠프와 프라이머로부터 시드 투자를, 또 팁스 지원금을 통해 총 13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분간 매출 성장과 모듈 설계 등에 집중하기 위 리소스가 투입될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