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의 민주화

2025-03-13

인간은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AI를 다룰 줄 아는 인간에 의해 대체 될 것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몇 배나 끌어 올린 작가나 카피라이터, AI 도움을 받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를 찾는 건 이미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현재의 생성형 AI가 기술적 변곡점에 도달했다면 향후 고용시장은 다분히 혼재된 형태가 될 것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력 수요는 계속 증가하지만 단순 반복적인, 즉 에스모글루와 오토 교수가 정의한 '일상적' 업무의 일자리는 낙관적으로 예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비슷한 상황은 이미 존재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정보화로 인한 세계화는 대부분의 SW 개발 업무를 인도와 같은 국가로 아웃소싱했다. 양질의 저비용 노동력 효과는 강력했다. 하지만 머잖아 기존 개발자 연봉은 인플레이션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높아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SW 기반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덕분이다. 앞으로도 이와 다르지 않다. AI시대 대다수 산업 분야에서 새롭게 등장한 문제 해결을 위해 AI 기술 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아닌 기업으로 확장하면 문제는 보다 명확해진다. 규모는 작지만 AI를 활용하는 민첩한 기업과 크지만 인간 노동력에 의존하는 기업을 가정해보자.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기업은 큰 기업에 비해 비슷하거나 더 나은 품질의 상품을 더 저렴하게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큰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을 것이다. 작은 기업의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공급으로 소비자는 이익을 얻게 되지만 일자리 감소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결국 이는 일자리 순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상상 속 우려가 아니다. 이미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던 교육 기술 기업들이 많은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숙제를 하는 탓에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AI는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임과 동시에 여러 산업과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파괴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노동 피라미드의 맨 아래의 사람들, 심지어는 중간에 해당하는 사무직 노동도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 생산성 향상과 부의 축적이 노동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만 주어지고 나머지가 실직 상태로 남아 있는 사회는 결코 안정적일 수 없다. 세계적 교육 전문가 살만 칸은 실질적인 해결책은 노동 피라미드를 거꾸로 뒤집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AI와 협력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뒤집어진 피라미드 상부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기술이 인구 대부분의 기술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AI는 분명 인류에게 위험도, 기회도 될 수 있다. 기술 발전을 그저 관망하던 시기는 순식간에 지나버렸다. 충분한 관심과 AI 역량이 부족할 때 인류는 날로 정교해지는 속임수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영상통화 속 가족이 급하게 돈을 요구할 경우 AI의 속임수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예금 인출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경우 뱅크런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AI 발전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해법이라고 목소리 높인다. 하지만 이미 AI 기술은 램프 밖을 나와버렸다. 현 상황에서 대응책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일지 모른다. 과거의 시스템과 시각으로 AI를 재단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AI를 중심으로 제도와 활용 방식을 바꿀 때다. 그때야 비로소 AI전환이 시작될 수 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분야와 역할에 상관없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엑셀처럼 말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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