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최대 주택 개보수 소매업체 홈디포(Home Depot)가 미·중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지만, 순익은 다소 부진해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리처드 맥페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일(현지 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규모의 경제, 공급업체와의 탄탄한 파트너십, 그리고 내부 생산성 덕분에 우리는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며 "현재의 가격 구조를 전반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의 절반 이상은 미국산이며, 나머지 수입 제품 역시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여왔다"면서 "내년 이맘때쯤이면 미국 외 단일 국가가 (홈디포 전체 제품의) 1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관세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예고한 월마트와는 대비되는 전략이다.

홈디포는 이날 2025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회계조정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3.56달러로 시장 예상치(3.59달러)에 못 미쳤지만, 매출은 398억6,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393억2,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동기간 순이익은 34억3,000만 달러(주당 3.4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364억2,000만 달러) 대비 약 9% 늘었으며, 이 중 약 26억 달러는 작년 인수한 전문 건축자재 유통업체 SRS디스트리뷰션에서 기여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내 기존점포 매출은 0.2% 증가했으며, 전체 기준으로는 0.3% 감소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1분기 기준 월가 기대치를 하회한 실적이다.
맥페일 CFO는 "2월에는 악천후로 인해 매출이 부진했지만, 3월부터 반등해 4월에는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며 "이 같은 긍정적인 흐름은 5월 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전체 매출은 2.8%, 기존점포 매출은 1% 성장할 것으로 기존의 전망치를 고수했다. 다만 이는 미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시적으로 30%로 낮추고, 기타 국가에는 10%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전제에 기반한 것이다.
소비자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과 자재비 인상 등으로 대형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지연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소비자층과 전문 시공업자들의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분석이다.
특히 봄철은 홈디포의 전통적인 '성수기'로, 정원, 전기, 배관 등 계절 관련 품목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반면 주방 리모델링 등 고가 공사에 필요한 자재는 판매가 둔화됐다.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전 홈디포(종목코드:HD)의 주가는 2% 넘게 오르고 있다. 회사가 관세 여파에도 기존이 가격을 유지하고 연간 실적 전망도 기존 그대로 고수한다고 밝힌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연간으로 홈디포의 주가는 2% 하락해 S&P500 지수(+1%) 대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3,770억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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