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증시에서 상장기업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25년 도쿄증권거래소(TSE)에서 상장을 폐지한 기업은 124곳으로, 전년보다 30곳 늘어나 2년 연속 사상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표면적으로는 '상장폐지 증가'지만, 일본 증시가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TSE와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상장 유지를 부담으로 느끼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을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의 출발점은 TSE의 정책 전환이다. 일본거래소그룹(JPX)의 야마지 히로미 최고경영자(CEO)는 "상장기업 수 자체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질에는 집착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실제로 TSE는 지난 2022년 시장 구분을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로 재편한 뒤, 상장 유지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왔다.
2023년에는 기업들에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초과를 목표로 할 것을 요구했고, 2024년부터는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자본 효율 개선 방안을 투자자에게 명확히 공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2025년 신규 상장 기업 수는 60곳에 그쳤다. 전년보다 21곳 줄어든 수치다. 상장기업 총수도 3783곳으로,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 자발적 상폐 늘어...경영 자유도 택한 기업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MBO(경영진 참여 인수)를 통한 상장폐지다. 2025년 상장폐지 기업 가운데 약 20%인 26곳이 MBO를 선택했다. 토나미홀딩스, 프로토코퍼레이션 등이 대표 사례다.
기업들은 상장사로 남을 경우 단기 실적 압박, 주주환원 확대 요구, 행동주의 투자자의 개입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종합 물류회사 닛신은 "상장을 유지하면 중장기 성장 전략보다 단기 자본 효율 개선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며 MBO를 결정했다. 상장 유지 자체가 전략 실행의 족쇄가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증시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모자(母子) 상장' 정리도 상장폐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구조는 소액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5년에는 이온이 이온몰을, 큐피가 아오하타를 각각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투자자들의 압박과 규제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모자 상장 해소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 아직 끝 아니다...2026년이 '진짜 분수령'
상장폐지 흐름은 2026년에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TSE는 2025년 3월부터 상장 유지 기준 미달 기업에 대한 경과 조치를 종료하고, 현재는 1년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12월 10일 기준으로 스탠다드 시장을 중심으로 104개 기업이 개선 기간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2026년 10월 이후 순차적으로 상장폐지될 수 있다.
일본 증시가 안고 있는 근본적 과제는 기업 규모의 영세성이다. 해외 자산운용사들은 시가총액 1조엔(약 10조원) 이하 기업에는 사실상 투자하지 않는다.
재너스 헨더슨 인베스터스 재팬의 이노우에 준이치 일본주식 운용 책임자는 "일본 기업은 보다 역동적인 재편을 통해 기업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효율 기업의 퇴출과 자금 재배분이 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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