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의 세계: 죽은 자의 증언

토요일이던 지난 24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의 한 공유회의실. 평소 메스와 혈자를 들고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밤낮없이 시신을 부검하던 법의관 5명이 마주 앉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전직 원장 3명과 현직 과장 2명이다.
우리의 현실이 너무 참담하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돈보다 자부심을 택해 국과수에 왔다. 하지만 결국 규격화된 공무원이 됐다.
이들이 휴일임에도 모여 절절한 가슴 속 이야기를 토해낸 이유는 뭘까. 대체 무엇이 이들을 참담하게 만들었을까.
대한민국 법의학 80년 산증인으로 꼽히는 전직 국과수 원장들이 이렇게 모인 것도 극히 드문 일이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그들을 소환한 이유였다.
중앙일보는 양해를 구해 이후 2시간30여 분간 이어진 자리에 동석했다. 이 자리에선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음에도 초라한 국과수의 현실을 고발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검찰·경찰 등과의 물밑 갈등의 민낯도 전했다. 국과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대표적인 대형 재난 사건으로 ‘이태원 참사’(2022)를 꼽으며, 국과수가 관여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 관여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사람’을 이야기했다.
그런 날이 오려면 국과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자, 이제 이들이 고발하는 현재, 이들이 꿈꾸는 미래를 들어보려 한다. 그 치열한 고민의 현장을 최대한 날것 그대로 전한다.
이날 참석자는 국과수 전신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을 지낸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교실 명예교수, 서중석·최영식 전 국과수 원장, 현재 공석인 국과수 법의학부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이수경 국과수 검시과장, 김민정 국과수 서울연구소 법의학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