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으로 주가조작 가담 혐의
공범 측 "주가조작 도모하거나 시세조종 가담한 적 없어"
권오수 징역 3년·집유 4년 선고받고 대법에 상고장 제출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의 항소심 첫 재판이 12일 서울고법에서 열렸다. 재판부는 관련 사건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주범들의 상고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홍지영 방웅환 김형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모 씨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민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권오수(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주가조작을 도모한 적이 없고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한 적도 없다"며 "피고인은 블랙펄인베스트의 투자담당 임원으로서 통상적인 관리 차원에서 업무를 수행했던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설령 다르게 보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에서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있지 않았고,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지도 않았다"며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혹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원심 판단에 민씨의 일부 개별적 통정거래 행위 등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항소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사건과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범들의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라며 "검찰의 항소이유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해당 사건의 상고심 결과를 보고 재판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향후 공판기일은 추후지정(추정)하겠다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지난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모해 시세조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처남인 민씨는 이들과 공모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등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민씨는 수사 도중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2022년 11월 입국 과정에서 체포됐고 이후 구속 상태로 기소돼 권 전 회장 등과는 별도로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민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쌍방이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한편 민씨는 블랙펄인베스트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해당 파일에는 주가조작 세력이 2차 작전을 벌였던 시기인 2011년 1월 김 여사 명의의 증권 계좌 인출 내역과 잔고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씨는 "처음 보는 파일이고 모르는 내용"이라며 김 여사 명의의 계좌를 관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초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 의혹을 받았으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시세조종을 공모했다거나 이들의 시세조종을 인식 또는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서울고검은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것이 적절했는지 재검토하기로 했다. 서울고검은 조만간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고 재수사가 필요한지 살펴볼 예정이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