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의 거래 가격 상한선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EU는 러시아 대한 압박을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평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에 더 강한 제재를 포함한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대(對)러시아 18차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번 추가 제재안에는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에서 45달러로 인하하는 방안이 담겼다. 주요 7개국(G7)과 EU, 호주 등은 2022년 12월부터 러시아 원유 거래 가격을 배럴당 최고 60달러로 제한하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는 중이다. 원유 수출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 마련됐다. 이 상한선을 더 낮춰 제재 강도를 높이자는 것이 EU의 생각이다.
특히 EU는 독자 제재로 그치지 않고 G7 정상회의에서 제안해 국제사회 동참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은 ‘미국이 호응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으로 원유가격 상한선을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 “이 조치가 G7 차원에서 시작됐고 성공적이었던 만큼 계속해서 G7 차원에서 지속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국제) 원유가격이 내려가 기존 상한선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은 미국도 안다”면서 “이미 우리 팀이 G7 국가들 특히 미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 1과 2에 대한 유럽 기업의 거래 금지 조치도 포함됐다. 노르트스트림 1은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수출 경로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도중인 2022년 9월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됐다. 노르트스트림 2는 상업 가동된 적은 없다. EU가 현재 중단된 노르트스트림 1과 2 모두를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향후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이 재개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활용되는 일명 ‘그림자 함대’ 유조선 70여척과 러시아 은행 22곳도 새 제재안에 들어갔다.
새 제재안이 최종 시행되기 위해서는 EU 27개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오는 23일 열리는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승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