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도 취향껏 골라 먹는다 찌개엔 '알찬미' 라이스밀크엔 '일품' [Health&]

2025-12-14

고품질 쌀 품종 시식회

하루 필요 에너지 40% 채워주는 쌀

알찬미·참드림·일품 등 종류도 다양

한 달 내 소비하는 소포장 제품 좋아

“이 밥은 윤기가 돌면서 부드러워 아이들에게 먹이기 좋겠어요.” “전 밥알이 좀 더 단단한 쪽이 낫던데요. 씹는 맛이 살아 있어요.”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 금남면의 한 카페. 문을 열자 커피향 대신 갓 지은 밥의 구수한 냄새가 밀려왔다. 6가지 밥이 놓인 테이블을 앞에 두고 시식이 한창이었다. 참가자들은 숟가락을 들어 차례로 밥을 맛본 뒤 느낀 점을 적어 비교하고 취향대로 순위도 매겼다. 각 쌀에 어울리는 요리를 먹어 보는 시간도 가졌다. ‘소비자 선호 고품질 쌀 품종 시식회’ 현장이다.

이날 행사는 쌀 품종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시식회를 기획한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권준엽 사무관은 “과거 쌀 선택의 주된 기준이 ‘가격’이었다면 최근에는 ‘맛’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맛을 결정 짓는 품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낮은 편이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커피 원두 고르듯 쌀도 품종 따져

예로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자 에너지를 책임지는 탄수화물의 주된 공급원이다.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30~40%를 쌀에서 얻을 정도다. 또 쌀에는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 성장과 발육 촉진, 두뇌 발달,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고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빈혈·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중요한 쌀을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소비자의 취향이 세분화된 만큼 품종도 다채롭게 진화했다. 이제는 커피 원두를 고르듯 쌀도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시대다. 이번 행사에서도 품종별로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대표적인 게 알찬미·참드림·일품이다.

마이크를 잡은 ‘쌀 큐레이터’ 김동규 동네정미소 대표는 “경기도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알찬미는 밥알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고슬고슬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라고 했다. 잘 어울리는 음식은 찌개, 조림 등 자작한 국물류다. 참드림은 찰기가 더 강하고 구수한 밥 향이 으뜸인 품종이다. 가장 한국적인 밥맛에 가까워 가정식 백반에 곁들여 먹길 권한다. 비빔밥처럼 다양한 나물과 섞어 먹기에도 좋다. 일품은 찰기가 뛰어나고 밥알을 씹을 때 느껴지는 충만감이 높은 편이다. 라이스밀크(쌀을 이용해 만드는 우유)용으로 적합하다.

개성이 돋보이는 품종은 이뿐만이 아니다. 밥알을 씹을 때 느껴지는 단맛이 인상적인 새청무는 김밥용, 소스에 버무려도 밥알이 잘 뭉개지지 않는 오대는 카레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영호진미는 쌀의 외형이 잘 유지돼 뜸 들일 때 온도 변화에 민감한 냄비 밥 등에 제격이다.

각 품종의 장점을 온전히 느끼려면 올바른 쌀 구매 기준을 따르는 게 좋다. 이날 행사에서는 좋은 쌀을 고르기 위한 기준도 함께 안내했다. 김 대표가 전한 핵심 원칙은 생산연도와 도정일 확인하기, 소포장된 제품 사기 등이다. 김 대표는 “쌀도 결국 신선식품이라 가급적 바로 생산된 게 좋다”며 “또 시간이 지나면 쌀의 맛과 영양이 떨어지고 보관 상태에 따라 빨리 산패될 수 있는 만큼 한 달 이내에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소포장된 제품을 선택하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쌀 구매 때 생산연도·도정일 확인

도정일이 중요한 이유는 보통 도정 후 2주 이내에 밥을 지어야 가장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가장 최근에 도정된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쌀알의 상태 역시 중요하다. 쌀알이 상당 부분 부서져 있으면 조리 중 녹말이 새어 나와 밥이 질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 직접 고를 때는 금 간 쌀이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포장된 제품은 투명창으로 쌀알 상태를 살펴보는 게 바람직하다.

행사 마지막 순서에는 한식 경연대회 우승자인 임성근 셰프가 품종별 특성을 살린 요리를 선보였다. 참드림은 비빔밥, 알찬미는 간장제육 덮밥용으로 활용했고, 일품으로는 육회주먹밥을 완성했다. 참가자들은 내놓는 접시마다 싹싹 비워내며 만족감을 표했다. 권 사무관은 “이번 행사를 통해 찰기, 향 등 각 품종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경험했길 바란다”며 “단순한 맛 비교를 넘어 우리 쌀 산업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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