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산을 향유하며 돈까지 번다면?…자연과 함께 ‘인생 2막’ 열기

2024-07-25

산림경영체험림과 관광농원

산림경영체험림

임산물 생산 체험 공간에

편의·교육·숙박 시설 운영

산주 개인 뿐만 아니라

국공유림 임대 활용도 가능

군위 ‘관광농원’

자그마한 마을 전체가 공동운영

작은 연못에 둘레길 만들고

관광 겸비 체험농장 이익 창출

‘산을 사야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산은 사전적 정의로는 주위보다 높이 솟아있는 봉우리를 말한다. 나무가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주변 지형보다 높고 솟아 있는 형국이면 산이라는 말로 통한다. 평지도 많은데 왜 사람들은 산을 좋아할까.

나무가 없는 산도 많다. 나무가 자랄 수 없는 극지나 고산 지역이 그렇다. 이를 ‘수목한계선’ 혹은 ‘교목한계선’이라고 한다. 물론 저온이나 과도한 습원, 사막이나 극지방에는 높이와 상관없이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곳도 수목한계선으로 본다. 중국의 어느 시인은 산이 높다고 귀한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있어야 귀하다는 시를 쓰기도 했다. 사람들은 산이라고 하면 왠지 우리의 지친 육체와 정신을 청정한 환경에서 쉬게 하고 싶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진정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다양하고 개인적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복잡한 도시생활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으로부터 벗어나 자연 속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등산을 들 수 있는데 등산은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심혈관의 건강을 증진하고 약해진 근력의 강화, 체중 조절 등 다양한 건강상의 이유로 산을 좋아한다. 셋째, 산을 오르고 난 후의 성취감이나 짜릿한 경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산을 끝까지 오르고 난 후의 성취감은 그대로 자신감의 향상과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넷째, 산을 통해 얻는 영감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수많은 철학자나 문학가들은 산을 통해 얻은 깊은 영감으로 세기적 명작을 만들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고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닫는 한 순간 순간이 글이 되고 영적인 성장을 하는데 산은 그 체험의 장소를 제공해 준다. 이 외에도 많은 이유 때문에 산을 좋아할 것이다.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시골에 농지가 있다는 말보다 단지 몇 천 평이라도 산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훨씬 더 정서적으로 친근감이 느껴진다.

과거에는 산은 경외와 신성한 장소의 상징이었다. 산림청의 국제산림자원조사(2020)에 따르면 기후대에 따른 산림의 분포 비율이 열대림이 45%로 가장 많고, 아한대가 27%, 온대림이 16%, 아열대가 11% 순으로 많다고 발표하였다. 지역별 산림의 순변화량도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의 경우는 조금씩 늘었지만 아프리카의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즉 자원 개발을 위한 산림 벌채와 파괴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이 가지고 있는 재생 능력은 매우 강하다. 전 세계 90% 이상의 산이 씨앗이 자연 발아가 되어 숲이 만들어지는 천연갱신이 되고 있고 조림으로 파괴된 산을 복구하거나 갱신을 하는 경우는 겨우 3%라고 한다. 이렇듯 산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자연의 힘은 우리를 끊임없이 산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런데 산을 향유하며 거기에다 돈까지 벌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제2의 인생을 산과 함께 다시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유림이 26.3%, 공유림이 7.7%, 사유림이 66%로 사유림이 압도적으로 많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산을 이용해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나열해 보면 수종 갱신을 통해 목재와 묘목을 판매하는 것도 수익 모델이 될 수 있고, 산이 커서 산주 혼자서 관리하기가 어려운 경우 산지의 임상 관리나 병해충 방제, 산불 예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인 산림관리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또 산을 활용한 등산이나, 캠핑, 자연관찰 등 산림자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산림탄소권 거래’라고 해서 산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탄수권으로 판매하는 사업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이 사업을 주관한다. 또한 레저 및 관광을 위해 산을 이용할 수도 있다. 펜션이나 캠핑장 글램핑장 운영, 케이블카, 리프트, 슬라이딩, 트리클라이밍 등 산악레저 스포츠 시설을 운영하거나 웰니스프로그램으로 산림욕이나 아로마테라피 요가 등을 숲에서 행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산에서 자라는 약초나 산양삼 버섯을 재배하여 판매하거나 산나물 버섯의 가공품을 제조하여 판매 수익을 내기도 하고, 양봉 등 특산품을 생산하고 가공하여 판매하는 수익도 괜찮다. 기타 산림카페 운영, 휴양림 조성, 산림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등 실로 산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6월 ‘산림 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여 강원도 횡성에 첫 운영에 들어간 전국 1호 ‘산림경영체험림’과 이미 시행한 ‘관광농원’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현재 산림경영체험림은 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분명 희망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농지를 활용하여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많이 있었고 물론 지금도 다양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산을 활용하기에는 많은 법적인 제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산지에 관계되는 규제가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활용의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많이 열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66%의 개인 산주들 뿐만 아니라 국공유림을 임대하여 활용할 수 있는 산림경영체험림은 그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산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사람들을 임업인이라고 하는데 산림경영체험림은 임업인의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를 만들었다. 다만 산림경영체험림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조건이 필요하다. 임업후계자 혹은 독림가로서 산림경영계획에 5ha 이상 산림을 5년 이상 경영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임업후계자란 55세 미만의 사람으로 개인 독림가의 자녀이거나 10ha 이상의 공유림 혹은 국유림을 대부받은 자, 3ha 이상의 산림을 소유하는 사람이거나 연령 제한 없이 1천 제곱미터에서 1만 제곱미터 이상 단기임산물을 재배하여 소득을 얻고 있는 사람, 다만 이때는 기준 규모 이상의 재배포지 및 사업계획을 수립한 자 및 임업 분야 40시간 이상을 교육 이수한 자(임업 관련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자는 제외)이면 가능하다. 다만 5년 이상 경영계획이 있는자라는 단서 조항은 진입하기에 다소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숲경영체험림에는 기본시설로 임산물 생산 체험 공간과 트리하우스, 숲속의 집, 일반야영장 등의 숙박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편의시설로 산책로, 임도, 등산로, 매점, 음식점 등을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로 자연관찰원, 전시관, 목공예실, 생태공예실, 세미나실 등을 만들거나 기타 체육시설 전기 통신, 안전시설 등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숲경영체험림은 산림의 가치를 확실히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이보다 소규모의 유사한 관광농원 개발도 있다. 관광농원은 산림경영체험림보다는 규모면에서는 작다. 농어업인이나 농업협동조합, 농업회사법인 등 이 주체가 되어 허가 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인생 2막은 이 두 가지를 놓고 도전해 보는 거도 괜찮을 듯 싶다. 최근 대구시 군위군의 어느 자그마한 마을 전체가 관광농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매우 참신하고 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30여 호의 가옥이 있는 마을 입구에는 자그마한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매년 연을 심어 꽃도 보고 연못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을 만들었다. 또 연못 가운데는 고풍스러운 정자를 지어 관광객이나 마을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마을 자원인 연못을 활용하여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관광을 겸한 체험농장을 자연스럽게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년 연못에 자라는 연을 캐서 판 수익금은 마을을 위한 자금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한다. 마을 북쪽은 낮은 산지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 안온함을 주고 있고, 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 작은 마을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이곳에 연뿌리와 연잎 그리고 연꽃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체험시설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사업이든 공동체사업이든 산림경영체험림과 관광농원 운영은 도전의지만 있다면 분명 인생 2막을 장식하는 매력적인 사업이 아닐까 싶다.

임종택<생태환경작가·다숲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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