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에 있어 올 시즌은 외인 원투펀치가 전례 없이 나란히 활약하는 값진 해다. 팀 순위는 중위권에 머물러있지만 드류 앤더슨-미치 화이트 외인 투수 조합만큼은 리그 최강인 한화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와 종종 비교 대상이 된다.
그중에서도 앤더슨은 각종 지표에서 폰세와 리그 1, 2위를 다투고 있다. 18일 기준 평균자책(2.06)과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9), 탈삼진(150개)이 각각 폰세에 이어 리그 2위다. 팀 타선의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해 6승(4패)에 그쳤을 뿐 전반기 팀의 중위권 성적을 떠받치는 데 앤더슨의 기여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17일 인천구장에서 본지와 만난 앤더슨은 자신의 전반기 성적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10점 만점에 점수를 매긴다면 스스로 15점을 주고 싶다.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준 폰세에 비견될 수 있는 리그 유일한 투수지만 “라이벌 구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폰세는 좋은 선수다. 다만 기록을 의식한 적은 없다”고 했다.
지난 시즌 도중 입단한 앤더슨은 첫해 24경기 115.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 3.89에 98피안타 피홈런 11개, 볼넷 53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전반기에는 18경기 104.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06에 74피안타 피홈런 5개, 볼넷 31개로 한결 좋아진 경기력을 보였다. 앤더슨은 “한국 생활 2년 차인데 그것이 올해 성적과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앤더슨은 미국과 일본 리그를 모두 경험했지만 정규 시즌에 자동투구분석시스템(ABS)을 도입한 것은 KBO리그가 유일했다. 앤더슨은 “ABS에 매우 만족한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굉장히 정확하게 내려주기 때문에 투수로서 ABS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타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옛 팀 동료인 NC의 4번 타자 맷 데이비슨을 택했다. 앤더슨과 데이비슨은 2023년 일본 NPB리그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같이 뛰었다. 데이비슨은 지난 8일 경기 도중 갈비뼈 부상을 입어 잠시 이탈했지만 빠른 복귀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앤더슨은 “데이비슨은 타율도 평균 이상이고 힘도 워낙 좋은 타자다. 투수로서 만나기에 상당히 무서운 상대”라고 말했다.
앤더슨은 “후반기에도 기록을 욕심내기보다는 다치지 않고 무사히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SSG는 후반기 첫 경기 선발 화이트부터 시작해 김광현-앤더슨-문승원으로 이어지는 4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한다. 이숭용 SSG 감독은 “최근 화이트가 가장 오래 쉬었기 때문에 그냥 순리대로 화이트부터 시작하는 후반기 로테이션을 짰다”고 말했다. 화이트는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 지난 5일 NC전이었다. 김광현은 8일, 문승원 9일, 앤더슨은 10일 KT전에 등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