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군인 사랑은 유별나다. 그는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 4명 중 2명을 예비역 장성에서 기용했고, 비서실장도 해병대 4성 장군을 앉혔다. 적어도 초기까지는 짐 매티스 국방장관 등 베테랑 얘기를 경청하는 듯했다. 군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이해할 만한 행동이었다. 트럼프는 베트남전 징집 대상이었지만 학업·장애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입영을 연기하다 결국 면제를 받았다. 자서전과 인터뷰에서 10대 때 다닌, 엄한 규율의 사립중등학교 시절을 마치 군 생활처럼 부풀려 자랑하곤 했다.
트럼프가 2기 외교안보 참모진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군인 사랑은 이어졌다. 그런데 1기 때와 달리 장성은 없고 모두 영관급이다.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왈츠는 대령,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소령, 국가정보국장 털시 개버드는 중령 출신이다. 군 경험이 있지만 여단 이상 규모를 통솔해본 적 없다. 트럼프는 ‘정치적 올바름’에 우호적 시각을 가진 장성들을 심사해 전역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그가 일소하겠다고 한 ‘딥 스테이트’의 한 축에 장성들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영관급 참모들이 장성급 야전사령관들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본질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트럼프 충성파라는 점이다. 이제 매티스나 허버트 맥매스터 전 안보보좌관 같은 ‘그 방안(백악관 집무실)의 어른들’은 없다. 이들이 전한 1기 때 집무실 풍경으로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맥매스터는 회고록에서 ‘멕시코 마약소굴을 폭격하면 어떤가?’ ‘북한 군대가 열병식 하고 있을 때 다 쓸어버리면?’ 같은 트럼프의 ‘아무 말’에 ‘대통령님 직감은 언제나 옳습니다’를 쏟아내는 아첨꾼의 경연장 같았다고 했다.
트럼프의 2기 인선은 워싱턴 외교안보 주류의 해체를 가속화할 것이다. 직언하는 참모가 사라지며 정책이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성정에 더 좌우될 수 있다. 압도적 보복을 가할 힘을 보유해 상대 공격을 억제한다는 ‘핵 억지’ 이론은, 그 자체로도 허점이 많지만, 지도자의 합리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하다. 미국이 패권국가에서 ‘강대국 중 하나’로 전락해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그 위험한 무기들을 제동장치 없는 한 지도자의 변덕에 맡겨버리는 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