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대구의 소리 ⑺

2024-11-13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쿠데타는 헌정사의 훼손이다”, “군부정치는 민주주의 말살이다”. 그런 평면적인 정치관으로 시대를 바라보면 현대사의 거인 ‘박정희’는 보이지 않는다.

박정희는 쿠데타야말로 국가개조의 수단이라고 본 것이다. 1961년 5월16일 이전, 장안에서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란 것과 그 쿠데타 앞에 심리적 저항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5.16의 성공은 기적이라 볼 수 있다. 3500명의 소규모 병력 동원과 거사 계획은 일부 누설된 상태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5.16을 측면 지원해준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5.16은 우발적 쿠데타가 아니라 언젠가 터질 수 밖에 없는 시한 폭탄이었다.

박정희의 5.16은 두차례에 걸친 예행 연습이 있었다. 1952년 부산정치 파동때 한번(박정희와 이승만은 동시대의 거인이지만 엄청난 벽이 있다), 1960년 4.19 직전 또 한번이 두 번째였다. 부산정치파동때 부산에서 국회와 힘겨루기를 하던 이승만이 3~4개 대대 병력을 부산에 보내달라고 하면서 박정희와 연결된다. 그때 박정희의 보직은 육군작전국의 2인자인 작전참모부장이었다. 이승만의 병력 파견 지시를 명백하게 항명을 한 군인이 박정희였다.

그때 박정희는 전 장병들에게 “육군장병에게 고함”(훈령217호)이란 훈령을 만들어 참모총장 이종찬의 이름으로 공표한다. 박정희의 문재가 돋보이는 명문이다.

“군은 국가민족의 수호를 유일한 사명으로 하고 있으므로 어느 기관이나 개인에 예속된 것이 아니기에 변천무쌍한 정치에 좌우되어선 안된다…충용한 육군장병제군, 거듭 제군의 각성과 자중을 촉구하니 여하한 사태에도 각자 군인의 본분을 사수해 일사불란 헌신하여 주기를 바란다”

당시 박정희의 계급은 대령이었다. 이승만 요구에 응했다면 손쉽게 정치의 코어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승만의 손을 거부하며 정치 불개입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걸 달리 본다면, 박정희 식 ‘정치개입’을 명확히 한 것이다. 군인은 정치중립의 의무가 있는게 아니라 선출된 통수권자의 명령을 들어야 할 의무를 박정희는 거부함으로써 정치의지를 밝힌 것이다.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박정희는 쿠데타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1960년 1월 김동하 해병대 사단장과 D데이를 5월8일로 잡고 병력 동원 계획까지 잡았지만 4.19가 터지면서 그 계획은 ‘종이 위의 낙서’가 되고 만다. 그러나 4.19때 숨 죽이고 있지는 않았다. 참모총장 송요찬을 향해 3.15 부정선게에 군이 협조했다면 물러나라는 편지를 인편을 통해 직접 전달한다.

송요찬은 이 편지를 받고, 온몸을 떨면서 박정희 죽이기를 작심한다. 그러나 송요찬은 박정희의 상대가 안되는 인물이었다. 송요찬에게 보낸 편지는 한국군 장교들에게 모두 돌린 상태고 연판장까지 돌려 송요찬에 대한 불만을 노골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건 단순한 파워게임이 아니라 박정희가 도덕적 우위와 함께, 참모총장을 향해 칼같은 편지를 전달함으로써 그의 용기와 뚝심이 한국군 전체에 퍼진 것이다.

그런 박정희와 2024년 이 지점에 대구를 지역구로 뱃지를 달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생각하면 한심과 비겁만이 떠오를 뿐이다. 정치는 말로하는 싸움이다. 대구 정치인은 말의 날카로움을 떠나 어디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대구 12개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이 ‘말’로 하는 전쟁, 그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우리 대구는 정치부재도시가 되는 것이다.

대구를 향해 전국에서 21세기판 ‘하와이’라고 부른다. 과거 전라도의 별칭이었으나 지금은 대구의 별칭이다. 전라도를 향한 뜻과는 다른 하와이다. 비겁하고 말없이 ‘눈치전쟁’ ‘눈치게임’만 하는 도시란 것이다. 대구시민들은 대구를 비겁과 눈치의 도시란 것에 억울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정치꾼들의 잘못을 왜 우리 시민에게 덮어 씌우는냐 할 것이다. 그 항변은 대구에서만 통하는 말이다.

2024년 이 시점에 권력은 대통령실, 국회를 떠나 대중시민에게 넘어와 있다. 시민단체도 넘버1부터 넘버10까지 모두 좌파 시민단체다.

대구를 홈그라운드로 사용하는 국민의 힘에서 머슴처럼 배정하는 공천권부터 대구시민이 찾아와야 한다. 먼저 대구시당위원장부터 다른 도시처럼 직선제로 하도록 해야 한다. 아니면 반대로 민주당에 입당해 종북과 반자유 반시장적인 당의 방향을 멈추라고 명령을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월1000원이란 당비 지출은 있어야 한다.

말을 지배하지 못하면, 정치는 종속되고 지역이 대표 공천권을 포기하면 그 지역은 정치부재 도시가 된다. 말도 지배하지 못하고, 지역 대표 선출권마저 중앙에 빼앗긴다면대구를 위한 정치도 계획도 미래도 대구를 위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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