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만나 정권 인수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위한 백악관의 전통에 따라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 당선인을 초청해 성사됐다.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바이든 당시 당선인과의 회동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번 만남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회동이 적어도 29초 동안은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선거 내내 앙숙이었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삐뚤어진 사람” “공산주의자”로 공격했고 바이든은 트럼프를 “독재자”로 부르며 선거를 훔치고 “민주주의를 희생시킬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트럼프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벽난로 앞 의자에 앉아 악수 후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필요한 모든 것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고 트럼프도 “정권 이양이 아주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에 감사를 표시한다. 최대한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공개 대화는 29초 만에 마무리됐고 이후 대화는 약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어진 2시간 동안의 회담에서 두 사람의 입장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로선 인정한 적이 없던 대선 패배에서 부활하는 시간이었고 바이든으로선 절망감과 패배감을 느낀 우울한 시간이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정권 이양을 준비하는 백악관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힘든 하루”라고 썼다.
트럼프는 2020년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바이든 당선인과 만남을 거부했었다. 13일 두 사람은 트럼프가 2021년 1월 6일 의회가 폭도들에 의해 유린되는 것을 지켜본 자리에서 마주 앉았다. 의회 조사에서 트럼프가 의회 폭동 당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몇 시간 동안이나 지켜보기만 했음이 밝혀졌다.
바이든 취임식에 불참한 트럼프는 전용기를 타고 백악관에서 플로리다 마러라고 저택으로 갔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21년 1월 20일 대통령 퇴임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트럼프를 냉대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환영한다. 복귀를 환영하다”고 했다.
트럼프는 “매우 감사하다. 정치란 거칠어서 좋지 않은 상황이 많다. 그렇지만 오늘은 좋은 날이며 이양이 매우 원만한 것에 대단히 감사하다. 최대한 원만히 진행될 것이다. 이에 크게 감사한다, 조”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무슨 말씀을”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회동에 대해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고 따듯하게 분위기에서 중요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와 국내 문제 등 여러 사안이 논의됐다고 했다.
대변인은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많은 일에 대해 자세하게 질문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정부 예산과 재난 지원금 등 의회가 해결하지 않은 사안 등 여러 문제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는 백악관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과 트럼프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수지 와일스도 배석했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멜라니아를 초대했지만, 선약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백악관 회동 뒤 만남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서로를 새로 알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뉴욕포스트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내가 바이든의 생각을 물었고 그가 답했다. 또 중동 등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했다. 우리의 현재 위치와 그의 생각을 알고 싶었고 바이든이 말해줬다. 매우 친절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