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소령 출신 방송인, 미군 이끈다…'좌파 장군' 때려잡기 특명

2024-11-13

지난 12일 차기 미국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44)를 두고 미 방위산업 관계자가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내놓은 반응이다. 한 재향군인은 “역사상 가장 자격 없는 후보자”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세계 최강 미군을 지휘하는 실무 총책임자인 국방장관에 40대 예비역 소령을 발탁하자, 군과 국방 전문가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그도 그럴것이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국방장관직을 만든 이래 이 자리는 군인 출신의 경우 예비역 장성이나 낮은 계급이었어도 행정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맡아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지만 국방부에 근무해본 적이 없고, 전역 후 주요 경력이 방송 진행인 헤그세스와 대비된다.

아프간·이라크 참전용사…폭스뉴스 간판 진행자

1980년 미네소타주 포레스트레이크에서 태어난 헤그세스는 2003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미네소타주 방위군에 보병 장교로 임관했다. 이듬해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고,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자원 복무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동성훈장 두개와 전투보병휘장을 받았다.

전역 후 2012년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에 도전했다 실패했다. 2014년 폭스뉴스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2016년부터 ‘폭스 앤 프렌즈 위켄드’ 등 이 방송사 간판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해 왔다. 트럼프는 이날 SNS 트루스소셜에 헤그세스 지명 사실을 밝히면서 “(헤그세스는) 폭스뉴스 진행자로서 이 플랫폼을 군과 예비역을 위해 싸우는 데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공수부대 지원 동성애자 적다”며 군 다양성 조롱

트럼프가 헤그세스를 선택한 이유론 이른바 ‘좌파 장군 때려잡기’ 임무를 맡기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군 내 다양성을 추구하는 진보적 ‘워크(Woke·자신이 깨어 있다고 생각하는 좌파 인사를 비판적으로 부르는 말) 장군’을 모두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통해 군의 다양성 및 포용 정책 철폐, 성소수자의 군 복무 금지 등을 공약했다. 헤그세스도 군내 워크 문화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6월 출간한 책 『전사들에 대한 전쟁(The War on Warriors)』에서 “공수부대에 지원할 동성애자가 너무 적다”며 ‘워크 장군들’의 인사 행태를 비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은퇴 장성들로 구성된 ‘전사 위원회’를 설립해 부적합한 리더십을 보인다고 평가받은 3성·4성 장군을 해임할 계획이며 그 임무를 수행하는 게 헤그세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제거 대상으론 지난 2020년 경찰에 의해 살해된 조지 플로이드와 관련해 연설한 적도 있는 흑인 4성 장군인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이 지목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헤그세스란 비전통적 선택을 통해 정치적 중립을 자랑하는 국방부에 급진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1기 행정부 시절 장성 출신 ‘어른들의 축’의 방해에서 벗어나 해외 군사개입 최소화와 ‘거래’ 논리에 입각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마음껏 추진하기 위한 인선이란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첫 임기 때 해외 미군 철수 등의 정책을 민간 및 군 지도자들에 의해 막혔다고 여기며 국방장관 인선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김정은도 사람 죽이는 것 안 좋아할 것” 옹호

헤그세스는 트럼프의 국가안보 기조에 적극적으로 찬동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헤그세스는 북한 김정은과의 교류,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지지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 자신이 진행자인 폭스뉴스 방송에서 “NBA 농구를 좋아하고, 서양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김정은이 하루 종일 자기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는 정상화를 원할 것이고, 우리가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가 원하는 걸 주자”며 트럼프와 김정은 간 만남을 옹호하기도 했다.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를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는 “백악관이 헤그세스에 국방부 예산을 절감하고 조달 예산을 기술혁신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임무를 부여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트럼프와 머스크의 긴밀한 관계도 국방부의 향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국방부와 맺고 있다.

방송인 경력도 중요한 요소다. 2016년부터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헤그세스는 방송을 통해 사실상 ‘트럼프의 홍보 채널’ 역할을 해왔다. CNN은 “자신의 메시지가 TV 시청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중시하는 트럼프는 방송인 출신 헤그세스에 중책을 맡겼다”고 평가했다.

전쟁범죄 군인 구명 논란도

다만 국방장관 인준 청문회 과정에선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헤그세스가 앞서 취했던 입장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이라크에서 비(非)전투원 사살과 관련된 전쟁 범죄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미군 3명을 사면하도록 트럼프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의 헤그세스 지명으로 의회에서 첫 논쟁적 인준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트럼프에 우호적인 공화당 의원 일부에서도 헤그세스에 대한 반대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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