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만난 NC 다이노스 이호준(49) 감독의 얼굴은 ‘구릿빛’이었다.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미국과 대만 뙤약볕 아래에서 새카맣게 탄 얼굴이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없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 낯빛이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오히려 주위에선 ‘평소보다 더 카리스마가 있어 보인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얼굴로 계속 가야할지 고민이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1996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던 내야수 출신의 이 감독은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신참 감독’이다. NC는 지난해 9월 20일 강인권 감독을 경질하고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일정을 마쳤다. 이어 플레이오프가 종료된 10월 22일 이호준 LG 트윈스 수석코치를 제4대 사령탑으로 선임(3년 최대 14억원)했다. 2013년 신생팀 NC의 창단 멤버로 뛰며 5년간 활약했고, LG에서 주요 코치직을 두루 역임한 경험을 높게 사 지휘봉을 맡겼다.
최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이 감독은 “NC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NC 감독이 됐다는 자부심이 있다. 은퇴한 2017년 이후 바뀐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초창기부터 동고동락했던 후배들과 직원들도 여럿 있다. 이들과 의기투합해 선수단을 활기차게 이끌겠다”고 했다.
이 감독의 당찬 포부와 달리 NC를 둘러싼 분위기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해 9위를 기록한 NC는 스토브리그에서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었다. 또, 지난 시즌 13승 3패 평균자책점 2.69로 활약한 카일 하트가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면서 마운드 공백은 더욱 커졌다.

고심을 거듭한 이 감독이 꺼낸 비책은 ‘7선발 체제’다. 매주 6경기를 치르는 KBO리그에선 보통 5~6선발로 마운드를 꾸린다. 이 감독은 “우리는 외국인투수들과 신민혁 말고는 확실한 카드가 없다. 많이 고민했는데 결국 7선발이 답이었다. 올 시즌은 로건 앨런과 라일리 톰슨, 신민혁, 최성영, 목지훈, 김태경, 이용찬으로 출발한다”면서 “신영우와 김영규, 임상현 등도 선발 후보다. 또, 2군에서도 구위가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온다. 다른 구단과 비교해 힘은 떨어질지 몰라도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앞세워 잘 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형님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 와이번스에서 고참으로 뛰며 여러 후배들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다독였다. NC 이적 후에도 주장을 맡아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도왔다.
이러한 카리스마는 정식 사령탑이 된 후에도 이어질 분위기다. 이 감독은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타자들이 전력질주하는 팀을 만들겠다. 또, 지고 있더라도 결코 상대가 안심할 수 없는 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코치진을 향한 메시지도 분명히 전달했다. 경기 중 작전 실수가 나오면 벌금을 물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치는 2만원, 감독은 100만원의 자체 벌금이 부과된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에선 현장과 프런트 사이의 힘겨루기가 불화와 성적 부진으로 직결된 일이 많았다. 선수와 코치로서 여러 구단을 거친 이 감독도 이러한 전례를 잘 알고 있다. 이 감독은 “이미 프런트 임직원에게 이야기를 해놓았다. 혹시 경기 도중 궁금한 상황이 나오면 언제든지 감독실로 찾아오라고 말이다. 속으로 묵혀뒀다가 오해가 커지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다 설명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당부했다”고 특유의 호탕한 자세를 내보였다.
지난 18일 마무리된 시범경기에서 최하위(2승 6패)를 기록한 NC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 시즌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이제 막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으로선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전망이다. 이호준 감독은 “우리가 하위권이라는 예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젊은 선발투수들이 빨리 자리만 잡아준다면 충분히 중위권 싸움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야구는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 않는가. NC팬들에게 꼭 가을야구를 선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