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식료품 살 곳이 없는데요”···농어촌 기본소득이 드러낸 ‘식품 사막’

2025-12-03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처에 원칙적으로 제외 대상인 농협 하나로마트를 ‘면 단위’에서는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로마트를 제외하면 일반 마트가 거의 없는 면 지역 주민을 고려한 조치다. 상권이 취약한 비수도권 지역의 ‘식품 사막화’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3일 “읍 지역은 원래대로 기본소득 사용처에서 제외하고, 면 지역의 경우 하나로마트가 상생 활동을 하는 조건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소멸과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취지로 지역 주민들에게 월 15만원씩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되는 사업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통상 농협 하나로마트는 연 매출이 30억을 넘어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다.

문제는 마트 등 인프라가 열악한 면 지역의 경우 생필품 구매를 오로지 하나로마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지역에선 ‘사용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뒤늦게 하나로마트를 사용처로 포함했다.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농촌은 인구 소멸로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자급자족’ 사회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하나로마트·면사무소 정도만 ‘마지노선’ 거점으로 남아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나로마트에서 사용을 전면 허용하면 사용처가 한군데로 쏠릴 수 있다. 골목 상권 활성화에 쓰이지 않고 대형마트 격인 하나로마트 매출에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복지수단이 아닌 ‘선순환 경제’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본소득의 취지와도 다소 맞지 않는다.

농식품부가 기본소득용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하나로마트에서 허용을 하면서도 면·읍 지역에 차등을 두는 절충안을 택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인구 2만명 이상인 읍 단위에는 그래도 다른 인프라가 갖춰 있으나 면 단위는 상권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나로마트를 둘러싼 논란은 지역의 ‘식품 사막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식품 사막은 통상 저소득층·고령자 비율이 높고, 인구 밀도는 낮아 인근에 식료품점이 없는 지역을 말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0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행정리 3만7563개 중 소매점이 없는 마을은 2만7609곳(73.5%)에 달한다. 식료품 구매를 위해서는 다른 마을까지 건너가야 한다는 뜻이다.

교통 인프라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군 지역의 식료품점 접근성(14.4분)은 도시 지역의 식료품점 접근성(3.9분)보다 크게 떨어졌다.

식품 사막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은 식품·보존·에너지법에 ‘식품 사막‘ 개념을 명시하고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농업기본법’ 개정으로 식품 접근성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연구위원은 “식품 사막을 방치하면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 외에도 시장에 나갈 일이 없는 주민들의 고립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서비스와 일반 비즈니스 모델의 절충점에 있는 협동조합 활성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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