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2025-01-16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은 일제히 불확실성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최근 내수 부진, 수출 하락,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있고 이는 곧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금융권에서 유독 직원 횡령과 금융상품 손실 등 고객 신뢰가 하락하는 이슈가 잦았고 올해 또한 경기 둔화 지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 등 대내외 변수가 산적한 상황이다.

4대 금융은 외형확장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존 주력 사업들 내실을 다지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올해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또한 공격보다는 방어에 주력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양종희, 격변의 시대 고객가치 향상 주력 [신뢰]

각 사 최고경영자(CEO)의 2025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화두를 짚어봤다.

먼저 KB금융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가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양 회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킬 수 있도록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밸류업 중요성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양 회장은 주주환원 강화, 자본비율 관리와 함께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을 흔들림 없이 이행할 것이며 이러한 활동들이 고객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이업종과 빅테크, 플랫폼 기업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닌,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라고 정의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의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KB금융은 올해 직원 한 명, 한 명이 ‘고객과 만나는 채널’ 그 자체가 되는 채널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양 회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은행 전략본부에 ‘대면채널 혁신’ 미션을 부여했고 기존의 ‘공간’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을 만나는 채널을 준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 진옥동, 올해 책무구조도 시행 첫 해 [내부통제]

신한금융의 올해 경영 방침도 큰 틀에서 KB금융과 다르지 않았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책무구조도 시행 첫해인 만큼 내부통제 체계 확립을 주요 경영목표로 설정했다.

진 회장은 지난해 내부통제에 역점을 두고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고객과 사회 눈높이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돌아보며, 올해 내부통제 강화를 신한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확고히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 회장은 올해 내수 부진 및 수출 둔화,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된다고 내다보며 초고령사회로의 진입과 산업 생태계의 변화 앞에서 일류 신한 과제를 완성해야 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밝힌 대로 주주 및 시장과의 약속을 성공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되짚었다.

진 회장은 또 본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 밝히며 속도는 빠르고, 절차는 간소하게 개선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녹색금융 및 전환금융 공급 확대로 저탄소 경제 전환에 힘을 보태겠다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아울러 진 회장은 2025년 경영 슬로건으로 ‘고객중심 일류신한 Humanitas, Communitas’를 제시하며 ‘의무를 다하는 데에 인생의 모든 훌륭함이, 의무에 소홀한 데에 인생의 모든 추함이 있다’는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말을 인용했다.

끝으로 진 회장은 고객에게 필요한 존재가 돼 신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고 지속 가능성을 이어가야 한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 함영주, 단순 규모 확장 경계 [기초체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또한 본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 엄격한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함 회장은 흔들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갖추기 위해선 본연의 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단 천천히 가더라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함 회장은 사자를 피해 사력을 다해 뛰는 가젤을 언급하며 ‘절실함’을 거듭 강조, 현재 위기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함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복잡한 전략이나 단기적 해결책보다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말 단행한 2025년 조직 개편을 살펴보면 하나금융이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전략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내실 다지기 차원에서 계열사 간 협업 카드를 우선시할 방침이다.

실제 하나금융은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손님가치부문을 시너지 부문으로 재편했다. 소매금융‧자산관리(WM)‧기업투자금융(CIB)‧자본시장 등 각 부문과 계열사 간 협업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와 관련 함 회장은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인수합병(M&A)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단순 규모를 키워 비은행 강화를 노리다가 조직의 자산 건전성이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같은 발언은 내실 다지기를 위해 성급한 M&A보다는 기존 계열사 간 협업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 임종룡, 비상경영 체제 가동 [불확실성 대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를 불확실성 대비가 매우 중요한 시기로 예상하며 ‘신뢰받는 우리금융’을 올해 경영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임 회장은 내부통제 혁신, 핵심경쟁력 강화, 그룹 도약기반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고 윤리적 기업문화를 확립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자회사 업권별 핵심 사업에 대한 경쟁력과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위험관리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들이 각 업권별 핵심사업 경쟁력을 키워 그룹의 성장과 수익 기반을 확대하고 기초체력 강화로 내실 있는 체질 개선을 이뤄내는 것이 올해 우리금융 경영의 핵심이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탄탄한 도약기반 확보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더욱 높이고, 그룹 시너지 극대화와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며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추진을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하고, 고객 저변을 넓혀나가겠다고 약속했다.

◇ 사회적 가치 창출 앞장 [상생]

이 밖에도 올해 4대 금융 모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요 키워드로 선정했다.

KB금융은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따뜻한 파트너십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성장하는 공동의 생태계를 조성, 돌봄사업과 소상공인 지원 등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나금융 또한 지난해 지방 인구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 보육 인프라 지원과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위한 민생금융 지원 등을 실시한 내용을 사례로 들며 올해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녹색금융과 전환금융 공급을 늘려 저탄소 경제 전환에 힘을 보태겠다며, 저출산 문제에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청년세대 지원에도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했다.

우리금융 역시 그룹 안팎으로 온기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회적 온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금융 취약계층과 소외된 이웃을 포용하고 상생 가치를 실천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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