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밤나무 숲속 찻집
둘러앉은 입술에 커피 향이 번지자
소문은 메뉴가 되어 푸짐하게 차려진다
싱거운 이야기들도 누군가 간을 하면 짭조름해지고
침묵하던 혀도 맛을 본다
출처 모호한 말은 검증을 끝낸 사실이 되어
고명까지 이쁘게 얹어진다
없던 말이 생겨나서 부리가 가려운 새들
카멜레온 언술로 한 옥타브 높아진 말들은
짜릿한 청각을 겨냥하고
잎의 경계선을 넘어 실체 없는 말을 눈이 듣는다
변장술을 부리며 천장과 바닥을 치고받는 소음들이
출구를 찾지 못해 숲으로 돌아와도
새들은 은밀한 사생활을 물어뜯고 즐긴다
둘러앉은 너도밤나무의 자리마다
갓 태어난 비밀을 캐느라
지절대는 소리에 도리질하는 귀
도시에서 날아온 수다는 지치지도 않고
산 하나 거뜬히 넘는다
◇한명희=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불교문예 등단(2023) 동서문학상 수상(2010).
<해설> 소문이라는 말과 색깔이 하는 말이 합쳐서 제목이 되니? 그 내용이 그저 궁금하다. 수많은 나무를 두고 “너도밤나무” 숲속 찻집이라니? 커피향 앞에 차려진 소문의 메뉴는 또 뭔지? 잎의 경계선을 넘어 실체 없는 말을 귀가 아닌 눈이 듣는다니? “변장술을 부리며 천장과 바닥을 치고받는 소음들이/출구를 찾지 못해 숲으로 돌아와도/새들은 은밀한 사생활을 물어뜯고 즐긴다”로 보아 결국 궁금함의 실체들은 도시가 만들어낸 새로운 흉흉한 소식들로 여겨진다. 너도밤나무가 있는 변두리 어느 찻집의 풍경을 빌려와서 도시를 떠나온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장면을 통해 이 시는 없는 말을 만들거나 작은 일은 부풀리면서 고명까지 얹어 즐거워하는 인간 심리를 잘 꼬집고 있는, 고난도의 그런 시로 읽힌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