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본 지도에 국내 지도 산업도 종속 우려”
군사기지법 등 국내법 준수 않는 구글에 반출허용하면 특혜로 해석될 수도
길찾기에 도시계획할 때 쓰는 고정밀지도가 왜 필요하냐는 지적까지
“중국 등 다른 글로벌 기업이 영상데이터까지 요구하면 어떻게 합니까”
“구글이 미국 현지에서는 1:2만5000 지도로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1:5000의 고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구글이 국내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요구한 가운데 관련 기관이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 국내 지도 서비스 업체를 모아 의견 수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들은 구글에 고정밀지도 반출 승인 시 지도 산업이 구글에 종속될 것이라면서 위와 같은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날 오전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팅크웨어, 현대오토에버 등을 대상으로 구글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공간정보 보안 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18일 구글이 축척 1:5000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 국내 업체 의견을 듣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국내 업체들은 구글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지도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에 기본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OS 지배력을 기반으로 국내 지도 서비스도 종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에 축척 1:5000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허용하면 중국 등 다른 글로벌 기업이나 구글이 영상데이터까지 요청했을 때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구글이 1:5000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업계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선 구글이 공간정보관리법, 군사기지법, 정보통신망법 등 국내법을 준수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한다면 특정 해외 사업자에 대한 특혜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글이 미국 현지에서는 1:2만5000 축척의 지도로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만 1:5000의 고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1:5000 축척의 고정밀지도는 도시계획이나 사회 간접 자본을 설계할 때 주로 쓰이는데 국내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1:5000의 고정밀지도를 활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정밀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정밀지도 반출 시 국내 안보와 주권 훼손에 대한 우려도 제시된다. 구글은 우리 정부에게 보안 시설 좌표를 제공받는 대신 시설에 대해 '블러(Blur)'나 '모자이크'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가 보안 시설의 좌표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 안보에 위협에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지속 제기될 전망이다. 국토지리정보원과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은 오는 7일 공간정보 관련 기업과 학계 등을 모아 구글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공간정보 산업은 구글이 고정밀지도로 공간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면 타격이 큰 산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공간정보 산업은 2006년 '중소기업 간 제한경쟁' 대상으로 지정돼 중소기업 위주로 생태계가 구성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에 고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내부 보안심사위원회를 열어 구글의 안건에 대해 검토하고, 9개 기관으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에 관련 안건을 지난 4일 정식 상정했다. 협의체는 부처별 입장을 수렴해 조만간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종 결론은 구글이 해외반출을 요구한 3월 이후 60일이지만 사안이 중대한만큼 8월 쯤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