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에 가족 단위 여행객
대합실 안 들뜬 목소리 ‘한가득’
연휴 기간 3.7만여명 출국 예상
최장 9일 간의 긴 설 연휴를 앞둔 23일 대구국제공항은 긴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9시께 공항 앞 횡단보도에는 차량과 택시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캐리어를 내린 사람들은 차 안의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며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 대합실 안은 캐리어 바퀴 소리와 여행객들의 들뜬 목소리가 가득했고 탑승 수속 창구 앞도 국내·국제선 할 것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승객들은 혹여나 빠트린 물건이 있을까 가방 안을 꼼꼼히 확인한 뒤 2층 국제선 출국장으로 향했다.
이날 공항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제사 대신 해외여행을 선택한 가족이 모여있는가 하면 할머니부터 아들 내외, 손녀까지 3대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있었다.
며느리 정모(50대)씨는 “아이들이 어리기도 하고 맞벌이라서 여행을 가기가 어려웠는데 마침 이번 설은 연휴가 길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에 가게 됐다”며 “무사히 잘 즐기다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던 5살 최서희 양은 “엄마, 빨리 가고싶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탑승 수속 창구 앞 의자에서 조카를 돌보고 있던 서지호(30대)씨는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가족들과 제사를 지내는 대신 1년에 한두번씩 여행을 같이 가자고 얘기했다. 언니 부부와 큰오빠네 조카, 남동생까지 9명이 같이 간다”고 말했다. 2층 국제선 출국장 앞 푸드코트와 대기실의 여행객들은 상기된 모습으로 출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비행기 탑승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해외여행의 설렘은 감추지 못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상하이로 향한다는 이준용(21)씨는 “너무 신나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인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거라 무섭기도 한데 친구들과 가는 첫 해외여행이라 너무 설렌다”고 웃음지었다.
올 설 연휴기간 대구공항을 통해 국내외로 떠나는 사람은 3만7천851명으로 추정된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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