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 세계 조선업계가 친환경 선박 시장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과 수주에 주력하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중이다. 중국이 낮은 비용과 물량 공세로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도 빠르게 영역을 넓히는 만큼 한국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상용화와 정부 지원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조선업계는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을 통해 물량 공세로 대형 선박 수주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전 세계 발주량의 70% 이상을 차지한 비결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94만 CGT(86척)였다. 이 중 중국이 166만 CGT(67척, 86%)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현지에서 조달되는 원자재 가격 인하 혜택으로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6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 7만 CGT(3척, 4%)를 기록했다. 물량 면에서는 중국에 압도적으로 밀리지만, 3~4년 치 일감을 확보한 국내 업계가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친환경 선박에 집중하는 이유는 IMO가 2050년까지 해양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탄소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IMO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81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1)’에서 오는 2027년부터 전 세계 모든 선박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해운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 세계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작년 3분기 기준 전 세계 누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량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LNG선을 중심으로 조선업계의 수주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6월 아시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17만 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을 인도했다. 한화오션도 7일 LNG운반선을 시작으로 올해 40여 척의 선박을 인도할 예정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미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LNG 신규 생산이 증가하면서 LNG선 수요도 11% 내외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중국이 향후 물량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바짝 따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은 지난해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총 24척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 LNG 운반선 시장에서 조금씩 따라오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조선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까지 친환경 발전 체계 구축 및 친환경 조선 기자재 공급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LNG와 함께 메탄올, 암모니아 등 다른 친환경 연료 선박도 상용화하는 등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 HD현대미포는 지난 2023년 유럽 선사로부터 세계 최초의 암모니아 추진 가스 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까지 수주한 암모니아 추진선은 4척으로, 이 중 2척을 올해 인도할 예정이다. HD현대미포는 최근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건조에 착수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연내 암모니아 추진 선박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노르웨이 DNV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선에 대한 기술 인증을 획득했으며, 암모니아 실증 설비를 짓고 핵심 기술을 확보 중이다. 한화오션도 올해 암모니아 추진 선박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비싼 선박 가격, 연료 운송 비용, 인프라 구축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선박 연료가 대부분 기존 화석연료보다 비싸기 때문에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경쟁력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기했다. 이호춘 KMI 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 해운연구본부 본부장은 “메탄올, LPG 이런 연료들이 친환경 연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전체 비중으로 보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친환경 연료를 쓸 때 가장 큰 부담은 가격이다. 전기차를 보급할 때 정부가 보조금을 주듯, 친환경 선박 연료 도입 초기에는 정부의 보조금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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