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불법 체류자 단속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 취임일인 20일부터 28일 현재까지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전국에서 체포한 불체자는 7300여 명에 달한다. 주말인 지난 26일 하루 동안에만 LA, 시카고, 오스틴을 비롯한 하와이 등에서 1000명이 대거 붙잡혔다.
당국은 마약 카르텔을 비롯한 중범죄자를 ‘표적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주일 여 당국의 발표를 되짚어보면 단속 표적이 범죄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단속 비협조시 처벌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고, 국토안보부는 “학교와 교회에서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합법신분을 가진 이민자들도 잡혀갈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무분별한 체포 가능성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6일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ICE에 하루 체포 실적을 1200~1500명으로 늘리라고 지침했다”면서 “이에 따라 ICE는 각 지부 현장 사무실에 하루 75명씩 체포하라는 ‘할당량’을 내려보냈다”고 보도했다. 마치 교통경찰들의 주차위반 티켓 발부 남발처럼 ICE의 단속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마약 카르텔이나 갱단원 등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범죄 밀입국자들의 색출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안도할 일이다. 그러나 마구잡이식 체포는 엉뚱한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불법체류자 문제는 단순히 단속과 추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이민법 개혁을 통해 서류 미비 이민자들에게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고, 노동 시장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인권을 존중하는 포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단속 중심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손실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민자의 땅으로 성장해왔다. 이민 문제는 미국의 정체성과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인권과 인간적인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