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60% 싸게 구입? ‘배터리 구독’실험

2025-05-27

전기차 시장 새 돌파구

전기차 차체만 구매하고, 배터리는 구독하는 ‘전기차-배터리 분리 소유’ 실험이 오는 7월 경기도 안양에서 법인 택시 대상으로 시작한다. 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추고 전문 업체가 배터리를 관리하는 모델인데, 향후 승용 전기차로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피트인’이 현대차·기아·현대글로비스 등과 손잡고 7월부터 안양 지역 택시법인을 대상으로 배터리 구독 및 교체(BSS·Battery Swapping System) 서비스를 한다. 택시법인이 BSS 서비스와 결합한 전기차를 기아에서 구매하면 차량 소유권은 택시법인이, 배터리 소유권은 현대글로비스가 갖는다. 피트인은 현대글로비스에서 배터리를 임대해 구독 택시에 배터리 충전·교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5060만원짜리 택시용 기아 EV6를 택시법인이 상품으로 구매하면 비용은 1860만원(전기차 보조금 포함)으로, 기존 가격의 약 37%까지 떨어진다. 배터리 구독료는 월 140만원 수준. 2교대로 운행하는 법인택시 회사가 비슷한 크기의 LPG택시를 구매할 경우 차값 2700만원과 월 가스비 150만~180만원이 드는 걸 감안하면 전기차를 LPG차보다 더 저렴하게 굴리는 셈이다. 김세권 피트인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는 고가의 소모품”이라며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해 전기차 가격이 낮아지고, 배터리를 충전할 필요 없이 빠르게 교체하는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배터리 파손·사고 보장 서비스도 구독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차 따로, 배터리 따로 등록이 가능해진 건 이번 사업이 기존 법령을 적용받지 않는 ‘규제 특례’ 대상이기 때문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배터리는 차량 부품으로 보기 때문에 배터리 소유권만 분리해 등록할 수 없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모빌리티혁신위원회는 현대차·기아, 피트인 등이 신청한 차량-배터리 소유권 분리 및 배터리 구독 사업에 한시적 특례를 부여했다.

현대차그룹이 규제 특례를 통해 스타트업과 실증 사업에 나선 건 전기차 대중화 속도를 높이고 배터리 구독·재활용 생태계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2월 현대차는 ‘배터리 탈부착형 차량 제작’ 특례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추후 직접 배터리 교체·구독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차량 구매시 프로모션 등을 제공하고, 피트인과 데이터 공유 및 기술 협력 등을 통해 사업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사업 결과에 따라 현대차도 택시용 전기차 판매에 배터리 소유권 분리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소유권을 확보한 만큼 리스 이외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이 서비스가 영업용 차량에서 승용 전기차로 확대되려면 자동차관리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기아는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하지 않고 일반 소비자용 전기차에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시도했다가 지난해 중단했다. 법 개정 없이는 이 사업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업계에서는 법 개정으로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이 분리된다면 전기차의 가격 장벽이 더 낮아지고, 배터리 없는 중고차 시장도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 시스템을 정부 주도로 추진해 빠르게 정착시켰다”며 “한국에서도 정부가 법 개정과 배터리 교체 표준을 정하는 등 제도를 마련해야 승용 전기차가 더 대중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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