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GO] "징그러워" "더러워" 기생충의 진짜 모습 알아볼까

2025-11-12

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기생충박물관을 찾아 기생충의 모든 것과 보건위생의 중요성까지 알아봤습니다.

기생충박물관에 가다

과거 우리나라는 낙후된 보건의료 시설과 오염된 토양이 비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해 ‘기생충 왕국’이라는 오명을 썼다. 1960년대 우리나라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은 80% 이상이었다. 이후 주거 등 환경을 개선하고, 기생충 관리와 교육 등 국민 건강을 위해 여러 사람이 노력한 결과 지금은 찾아보기 쉽지는 않지만, 기생충은 여전히 우리 곁에 공존하고 있다. 최근엔 기후 변화로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돼 발병하는 기생충병 말라리아 발생이 늘어나고, 도심에서 빈대 출몰도 잦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강서구에 있는 기생충박물관을 찾아 오랜 시간 인류와 생사를 함께해온 기생충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탐험하며 모든 질병의 기초인 보건위생의 중요성을 알아봤다.

『기생충 제국』을 쓴 칼 짐머에 따르면 기생충은 ‘다른 종에 붙어살면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생물에게 피해를 주는 생물’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에 쓰이며 유명해진 단어이기도 하다. 어떤 생물체를 엄밀한 의미의 기생충이라고 부르려면 우선 동물에 속해야 한다. 즉, 운동성을 가진 생물체여야 하고, 서로 다른 종류(종)인 다른 생물체(숙주)의 피부 등 체표 또는 체내에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서식하면서 이들로부터 필요한 영양물질을 탈취하는 기생생활 양식을 가져야 한다. 약간의 추가 조건은 기생충이 숙주보다 몸체가 작아야 하는데, 기생충이 숙주보다 몸체가 더 큰 경우는 숙주가 기생충에게 통째로 먹혀 죽게 되므로 몸체가 큰 생물은 결국 천적, 작은 생물은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기생충이라고 하면 ‘징그러운 것’ ‘더러운 것’ 등의 부정적인 느낌만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기생충들이 사람에 감염되어 영양분을 빼앗고 소화불량이나 각종 염증, 드물게는 암과 같은 병을 일으키기도 하여 나쁜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생충 중에는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고, 이용가치가 있는 것들도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기생충은 적이기도 하면서 동지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생충박물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생충 세밀화가 그려진 벽이 눈에 띈다. 이소율 학예사가 “프레파라트 기생충 표본을 관찰해서 그린 기생충 세밀화가 담긴 프레파라트 월이에요. 프레파라트는 현미경으로 관찰하고자 하는 믈질을 슬라이드글라스 위에 얹고 그 위에 커버글라스를 덮어 만드는 표본이죠”라고 설명했다.

기생충의 개념 및 분류

기생충은 크게 원충·연충·절지동물로 분류할 수 있고, 각각 수많은 종을 포함한다. 원충은 크기가 매우 작아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볼 수 있으며, 한 개의 세포로 구성된 단세포 동물이다. 연충은 원충보다 비교적 크기가 크며 긴 끈 모양을 한 선충류, 다른 동물이나 물체에 달라붙기 위한 기관인 흡반을 가진 흡충류, 여러 개의 편절로 이루어진 기다란 조충류 등을 말한다. 절지동물은 굽혀지는 다리를 가진 생물체로, 모기가 이에 속한다. 기생충은 다양하고 복잡한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어 전문가가 아니고는 알기가 매우 어려워 가장 대표적인 기생충인 연충에 대해 살펴봤다.

선충류에는 흙을 통해 전파되며 복통·소화불량·빈혈 등을 일으키는 회충·구충·편충·분선충을 비롯, 항문 가려움증의 원인인 요충, 다리를 붓게 하고 상피병을 일으키는 말레이사상충, 눈을 침범하는 동양안충 등이 있다. “선 모양이라 선충이라고 이야기해요. 길이는 2mm에서 1m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해요.” 유리관 안에 가득 담긴 회충 표본을 보니 징그럽고 무서워 저절로 비명이 나올 정도다. 흡충류에는 혈관에 기생하여 간에까지 병변을 일으키는 일본주혈흡충, 담즙이 나오는 통로인 간담도를 침범하여 담도염·담도암 등의 원인이 되는 간흡충과 타이간흡충, 폐 조직에 낭종을 만들거나 다른 조직에도 감염을 일으키는 폐흡충 등이 포함된다. “숙주에 잘 기생할 수 있게 달라붙기 좋은 흡반을 가진 게 특징이죠.”

조충류에는 연어 등을 통해 전파되는 동해긴촌충,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을 때 감염되는 유구조충·아시아조충, 쇠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무구조충 등이 포함된다. “폭은 1cm를 넘지 않지만, 마디마디 나눠진 편절을 갖고 있어요. 마디 하나에 알이 10만 개까지 들어찬다고 해요. 가장 크게는 12m까지도 자랍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고기·돼지고기를 먹을 때는 완전하게 익혀서 먹는 게 좋겠죠.” 기생충에 감염된 음식을 섭취했을 때 위액에서 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학예사가 “원충의 경우 포낭이라고 하는 동그란 옷을 입고 있어 소화액에 용해돼 죽지 않고 우리 몸에 침투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역사 속 기생충

기생충은 언제부터 인류와 공존했을까. 기생충박물관에서는 고문서 속 기생충에 대한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기생충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현존하는 의료용 고문서 중 가장 오래되고 중요하다 인정받는 『에버스 파피루스』에 나온다. 1862년 이집트의 한 무덤에서 발견되었으며 기원전 1552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에버스 파피루스』에는 내과질환 및 눈·피부·부인병 등에 대한 처치법과 처방을 비롯해, 기생충을 치료하는 방법과 기생충을 예방하고 없애기 위한 주술, 마법에 대한 공식도 700여 가지 이상 적혀있다. 기원전 1500년대 이전에도 기생충이 있었고, 치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까지 알아볼 수 있다.

『에버스 파피루스』에 치료법과 함께 기록된 메디나충은 기니벌레로도 불리는데, 유충에 감염된 물벼룩이 포함된 식수를 통해 감염되며 하얀 실 형태를 띈다. 메디나충은 아직도 완전한 구충제가 없다고 하는데, 유일한 치료 방법으로 『에버스 파피루스』에 기록된 방법인 감염 부위에서 나오는 벌레를 작은 막대기나 거즈로 조심스럽게 감싸 탈출을 촉진하는 방법을 현재까지도 하고 있다. 메디나충은 의료보건분야 관련 기관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팡이를 뱀이 휘감고 있는 상징은 미국의학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다양한 의학협회를 상징하는 표시다. 여기서 지팡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오피오스’의 지팡이고 뱀은 메디나충을 상징한다. 과거 ‘불뱀’으로 불리던 메디나충을 막대기에 감아 빼내는 모습을 뱀과 지팡이로 형상화한 것이다. 『에버스 파피루스』에서 메디나충을 치료하는 방법을 보고서 아스클레오피오스의 지팡이가 그냥 뱀이 아니고 메디나충을 치료하는 것을 형상해서 만든 게 아니냐고 학자들의 의견이 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학서인 『동의보감』에도 기생충에 대한 기록이 있다. 신체 내부 관련 내용을 담은 내경편 제3권 충편을 살펴보면 폐충·오장충·신충 등 다양한 기생충이 나온다. 그중 존재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폐충으로 현재 폐흡충의 설명이나 증상이 동일하다. 기생충박물관에는 경남 하동군에서 발견한 350년 된 한 임산부의 복제 미라가 있다. 해포(옷을 푸는 과정) 작업 중 배 속에서 어린아이의 인골이 발견돼 출산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진행한 연구에서 미라에서 채취한 체내물 분석결과 폐흡충알 수천 개를 발견했다. 보통 성충 5~10마리가 폐에 기생하면 기침과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고 기관지염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는 폐흡충이 임산부에게 이토록 많이 발견됐으니, 하동 미라는 출산 중에 사망했다기보다는 폐흡충 감염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훨씬 커진 것이다.

참굴에 기생하는 참굴큰입흡충이 400년 전 미라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1993년에 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이 세계 최초로 발견해 세계학회에 보고한 참굴큰입흡충은 자연산 굴을 통해 감염됐다. 조선시대 미라를 통해 최근에야 존재를 드러낸 이 기생충이 조선시대에서도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당시 지금처럼 생굴을 먹는 식습관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건강을 위한 기생충 관리

조선시대 왕은 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존귀한 존재였지만, 그 몸의 내부에도 회충이 있었다. 영조 37년(1761년)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영조가 회충을 토한 뒤 “회충은 사람과 함께하는 인룡(人龍)이다. 천하게 여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분을 비료로 사용해 농사를 짓던 과거에는 인분 속 기생충 알이 밭작물에 뿌려졌다. 그렇게 재배된 채소를 먹어 기생충에 감염되고 몸속에서 자란 기생충 알은 다시 변으로 배출됐으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칠 무렵엔 거의 전 인구가 한 종류 이상의 기생충에 감염됐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1960년대 초반까지도 계속됐는데, 기생충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사건이 있었다. 1963년 10월 24일 오후 10시 30분 병원 앞에 아홉 살 여자아이가 보호자도 없이 복통으로 쓰러져 있었다. 급하게 전주예수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당시 병원장이었던 폴 크레인이 수술에 나섰다. 아이의 소장 대부분은 회충으로 가득 차 있었고, 5㎏에 달하는 회충 1063마리를 꺼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장시간 영양부족과 장폐색에 시달린 아이는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뒀다. 폴 크레인은 한국의 열악한 보건 상태를 고발했고,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에 정부와 의학계는 기생충 박멸에 나선다.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설립되어 1969년부터 연 2회에 걸쳐 실시한 학생 기생충 검사와 감염자 집단 투약은 기생충 퇴치를 위한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된다. 1969~1995년 이어진 전국 단위 검진 및 투약 사업을 통해 학생을 시작으로 지역주민·사업장·군인에 이르기까지 총 약 3억5000만 명이 검사하고 8500만 명에게 구충제를 투약했다고 한다.

1970~90년대 전반까지 학교에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생충과 채변봉투, 구충제에 대한 경험담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채변봉투에 자신의 대변을 넣어 가서 검사하고, 기생충이 발견된 학생들을 교탁 앞으로 불러내 구충제를 나눠 주고 먹게 했대요. 준비물 안 가져오는 친구들처럼 자신의 대변을 안 가져와서 친구 걸 빌려 내거나 강아지 똥을 낸 사람들도 있었대요. 내가 감염되지 않았어도 친구가 감염되면 똑같이 감염된 거로 나왔겠죠.” 70년대 채변봉투 제출하는 날을 표현한 모형부터 채변함 사진과 채변봉투·대변 검사 도구 전시물 등을 보며 소중 학생기자단은 당시 모습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기생충 박멸 운동 시기 우리나라는 인분 비료를 화학 비료로 교체했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수세식 화장실로 바꿨다. 정부사업으로 주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행된 장내기생충 조사 결과 1971년 84.3%에 달했던 감염률은 5년 후 63.2%로 떨어졌고, 1981년 41.1%, 1986년 12.9%, 1992년 3.8%, 2012년에는 2.6%로 사실상 퇴치 판정을 받았다. 더 이상 기생충 왕국이 아니게 된 우리나라는 이제 기생충 감염률이 높은 나라에 가서 어떻게 박멸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기생충 관리 사업을 지원한다.

2층 전시실에는 우리나라 기생충학 창시자이자 기생충학자 제1세대인 서병설 박사를 비롯해 대한민국 기생충학의 발전을 위해 힘쓴 분들의 공간이 마련됐다. 참굴큰입흡충·서울주걱흡충·인산주걱흡충·미야타흡충 등 한국 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발견한 기생충도 자세히 설명됐다. 전시실 중앙에 포르말린 용액에 담긴 다양한 기생충 표본도 시선을 사로잡는데, 수많은 마디로 이루어져 12m까지도 자라는 조충부터 모양·크기·색깔이 서로 다른 기생충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 100여 점의 실물 표본과 함께 모래무지·납자루 등 기생충의 감염원인 물고기 표본과 중간 숙주들도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말라리아나 빈대도 기생충의 일종일까. 이 학예사가 “빈대는 사람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 먹고 살잖아요. 말라리아는 병 이름인데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 원충은 모기에 의해 전파되죠. 둘 다 기생충의 한 종류죠”라고 답했다. 말라리아는 과거 ‘학질’로도 불렸는데, 학질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각종 고문서에 많이 기록되어 있다. 말라리아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선정한 우선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지금도 꾸준히 관리 중이다. 2022년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말라리아 환자는 2억4700만 명으로 그중 95%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으며, 말라리아 사망자는 61만9000명으로 그중 5세 미만이 76%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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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기생충박물관, 자료=기생충박물관·『우리 몸의 기생충 적인가 친구인가』(자유아카데미)·『구충록』(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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