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원전은 위험한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2025-06-22

“원전에 핵폭탄이 떨어져도 안전하다.”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위험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논란이 한창이던 2023년, 원자력공학 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는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이처럼 원전에 대한 과잉 홍보는 국민의 상식과 과학적 판단을 왜곡하고 정책 결정의 합리적 기반을 무너뜨린다.

한국에서 원자력은 오랫동안 ‘안전하고 저렴한 청정한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광고, 드라마, 퀴즈대회, 교과서, 심지어 어린이 알림장까지. 공공예산으로 제작된 콘텐츠들이 반복적으로 우호적 메시지를 주입하고 있다. 그러나 핵은 근본적으로 위험한 기술이다. ‘위험 기술’에 대한 정직한 인식 없이 ‘절대 안전’만을 반복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일종의 기술적 미신이다.

‘원전은 청정에너지’라는 주장 역시 문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전국의 원전 임시저장고는 사용후핵연료가 1만8000t이 쌓여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지만 수십만년 동안 인류가 관리해야 할 안전한 영구처분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청정에너지’라는 표현은 엄연한 사실 왜곡이다.

해외는 이미 허위·과장된 친환경 광고에 대해 강력한 조처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탈핵시민연대 ‘핵 퇴출’은 “원전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다”는 프랑스 전력공사 광고에 대해 광고윤리심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아냈다(2015). 유럽연합(EU)의 소비자 보호 지침과 그린워싱 방지 지침안은 ‘친환경’ ‘탄소중립’ 등 막연한 표현을 사용할 경우 과학적 입증이 없으면 위법으로 간주한다. 이처럼 유럽은 이미 정책적으로 ‘환경미화 과장 광고’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공공예산으로 진행되는 친원전 홍보가 여전히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2년부터 5년간 광고비로 222억원을 집행했다. 유튜브, 방송, 영화, 드라마, 신문까지 친원전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관광·교육기관 협찬이나 예능 제작 지원까지 동원된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차원이 아니다. 공적 정보시장을 왜곡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의 대선 발언은 수년간 반복 과장된 원전 홍보가 공적 영역에서 잠재의식까지 지배하게 된 결과다.

이제는 제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재정법과 공공기관운영법에 공공예산이 특정 산업의 일방적 미화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금지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둘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청정하고 안전한 원전’이라는 표현을 과장 광고로 판단해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모든 원전 홍보물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발생” “사고 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 가능” 등 핵심 위험 요소를 알리는 경고 문구를 의무적으로 삽입해야 한다. 또한 공공예산으로 제작되는 경우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 심의기구 검토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는 이제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는 이분법을 넘어, 국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정보 접근의 평등에서 시작되며, 과학정책도 마찬가지다. 노엄 촘스키는 “안전한 원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바로 위험이다”라고 언급했다. ‘안전하다’는 확신, 그 순간부터 진짜 위험이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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