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짜깁기 아닌 새판을 짜야

2025-06-22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기후 대응이 주요 국정 과제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21대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는 처음으로 기후 의제가 별도 주제로 다뤄졌고, 이 대통령은 공약에서 5대 과제 중 첫 번째로 ‘AI 3대 강국 진입과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두 번째로 ‘에너지 전환에 기반한 산업 업그레이드’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도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며 “산업구조 전환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탈탄소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기후위기가 환경을 넘어 경제,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 대응은 이제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문제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는 정부 조직 개편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분리돼 있던 기후와 에너지 관련 업무를 통합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했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된다면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이름에 ‘기후’가 들어간 부처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속해 있는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탄소실 조직을 합쳐 새로운 부처를 만드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에너지를 산업 발전의 종속변수로 다뤄왔던 관행이 영향을 미쳤다. 저렴한 가격에 산업용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규제 측면이 강한 환경부의 기후 정책은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산업계 논리에 밀려 좀체 힘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기후에너지부가 주도권을 쥐고 재생에너지 전환과 산업 육성 등을 유기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면 기후 대응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를 내세운 부처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 조직을 만드는 것만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난제가 손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선 기존 부처의 기능을 떼어다 붙이는 물리적 결합에 그칠 경우 또다시 이도 저도 되지 않을 수 있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새로운 부처를 만들었지만 한 지붕 아래 산업부와 환경부 외청처럼 칸막이가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부처 출신이 주도권을 쥐는지에 따라 정책 방향이 좌우될 수도 있다. 갈라져 있던 기후와 에너지 정책의 화학적 결합까지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 대응이라는 목표가 산업, 에너지 등 모든 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후재정의 편성과 집행을 놓고 기획재정부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도록 기후에너지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후에너지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권한을 키워 부처 간 협력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후부총리를 신설하자는 구체적인 방안도 거론된다. 기후에너지부 설치와 함께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

2025년은 한국의 기후 대응에 있어서 특별히 중요한 한 해다. 당장 정부는 2035년까지 달성할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을 올해 9월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10년 뒤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더 시급한 과제도 있다. 한국은 2030 NDC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한국이 2023년 배출한 온실가스는 6억2420만t으로 2018년 배출량 7억2760만t보다 14.2% 감소하는 데 그쳤다. 남은 5년 동안 40%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이재명 정부 임기에 달려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재생에너지 전환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아름다운 계획표에 머물지 않고 기후와 에너지 정책의 이분법을 허무는 실효성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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