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도 암벽타기를 막을 수 없다” 운명에 ‘퍽큐’를 날린 사나이

2025-01-01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깎아내릴 듯한 절벽을 오를 수 있을까. CNN은 1일 ‘운명에게 퍽큐를 날린다’라는 제목을 쓴 기사에서 시각장애 등반가 제시 더프턴(39)의 500피트(약 152m) 암벽 도전을 소개했다.

더프턴(39)은 지난해 미국 와이오밍주 데블스 타워에 있는 500피트 높이 암벽 엘 마타도르(El Matador) 등반에 성공했다. 원추-간상세포 이영양증이라는 퇴행성 안구 질환을 가진 그는 빛의 유무만 감지할 수 있는 상태다. CNN은 “등반 내내 오로지 촉각과 등반 파트너인 아내 몰리 더프턴의 무전 안내에 의존했다”며 “몰리는 지상에서 무전기를 통해 ‘괜찮아. 계속해. 할 수 있어’라며 침착하게 남편을 격려했고, 남편은 손으로 암벽의 틈새를 더듬고 압벽 사이로 발을 끼워 정상으로 향했다”

엘 마타도르는 5.10d 등급에 속하는 압벽이다. 5.10d는 미국식 등반 난이도 체계에서 상급 중 하나로 구분된다. 5.10은 미국 등급에서 비교적 높은 난이도를 나타내고, d는 해당 등급 내에서 가장 어려운 수준을 의미한다. 더프턴은 “내가 시도한 등반 중 가장 어려운 루트”라면서도 “오르면서 지쳤을 뿐 크게 두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압벽 높이를 체감했느냐는 질문에 “발 아래로 새들이 ‘윙윙거리는’며 날아가는 소리와 아래쪽에 부는 바람으로 충분히 감지했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등반을 시작한 그는 11세 때 이미 시력의 20%를 잃었다. 현재는 손을 얼굴 앞에 댄다고 해도 ‘번쩍이는 불빛들’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바위 기둥인 올드 맨 오브 호이(Old Man of Hoy)와 모로코의 절벽 등 다수 루트를 성공적으로 등반했다. 그는 “운명이 삶을 결정짓게 두지 않는다”며 “내 등반은 운명에 퍽큐를 날리는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유전적 운명이 내가 삶을 선택하는 걸 제한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엘 마타도르 등반 중 몇 차례 추락했다. 다행스럽게도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장비 덕분에 크게 다치지 않았다. 아내 몰리 더프턴은 “가장 어려운 구간을 통과하고 나니 정상까지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둘은 20년 전 대학에서 만나 지금까지 약 2000개 루트를 함께 등반했다. 그들은 무전기를 통해 루트를 미리 점검하고 등반 중에는 소통을 최소화하며 집중력을 높게 유지했다. 몰리는 “우리는 등반에 모두 열정적이기 때문에 이런 도전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그의 성공을 지켜보는 것이 내 등반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다”고 말했다. 제시는 촉각을 통해 암벽의 지형을 파악하며, 등반화의 민감도를 중요시한다. 그는 “손가락 힘은 강하지 않지만, 엄청난 지구력이 나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몰리는 “때로는 지형상 무전 안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우리 둘 모두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제시는 “모든 등반은 파트너의 손에 생명을 맡기는 일”이라며 아내와의 특별한 유대감을 강조했다.

둘의 등반 여정은 다큐멘터리 ‘Climbing Blind II’라는 이름으로 최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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