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전염되나요?

2025-11-25

여성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회자된 속설이 있다. 함께 지내다 보면 생리 주기가 자연스럽게 ‘동기화’된다는 이야기다. 친구나 동료와 생리 시작일이 겹칠 때 “너 때문에 내 주기가 당겨졌다”는 농담도 흔하다. 철(fe)과 철이 만나 당겨져서 그렇다는 꽤 과학적인 근거를 들면서… 최근 매체 더 가디언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이 현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1970년대부터 퍼진 ‘생리 동기화’…결론은 ‘No’

생리 동기화 개념은 1970년대 마사 맥클린톡(Martha McClintock)의 연구에서 시작됐다. 그는 기숙사에 사는 대학생들의 생리 주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맥클린톡 효과’다.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일부 연구들이 비슷한 결론을 내며 이 속설을 강화했다. 당시 연구들은 체취나 페로몬이 생리 주기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절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의 보다 정교한 연구 설계를 적용한 연구들은 대부분 이 현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아리조나 메이요클리닉의 여성건강센터 주얼 클링(Jewel Kling) 박사는 가디언에 “함께 생활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생리 주기가 실제로 서로 맞춰진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생리 주기를 맞추는 생물학적 메커니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맞춰지는 것처럼’ 느낄까?

전문가들은 이 속설이 널리 믿어지는 이유로 기억 편향과 통계적 우연을 꼽는다. 여성들은 가족, 친구, 룸메이트 등 가까운 사람의 생리 시기를 자연스럽게 더 잘 기억한다. 그러다 보니 주기가 겹치는 순간만 유독 강하게 인식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생리 주기는 사람마다 21~35일 등 폭이 넓고, 매달 일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때문에 두 사람의 주기가 확률적으로 언젠가는 겹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겹침은 ‘동기화’라기보다 통계적 우연과 더 가깝다.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 요인들은 주변 사람보다는 개인의 건강 상태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체지방률 및 BMI, 나이(청소년·폐경 전후 불규칙), 정신적 스트레스 및 우울감, 약물 복용, 흡연·음주·카페인·운동 같은 생활 습관 변화도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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