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마켓(G마켓)의 AI 광고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무료 체험 후 유료로 전환되면서 광고비가 급증하는 구조임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광고비 과다 청구 피해를 본 셀러가 문제를 제기하자 지마켓이 ‘공론화 금지 서약서’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무료 체험 광고 이용했을 뿐인데 광고비 폭탄에 정산금도 사라져
헬스&건강용품을 판매하는 A 씨는 지난해 10월 지마켓의 ‘AI 매출업’ 광고 무료 체험을 신청했다. AI 매출업 광고는 지마켓이 셀러 대상으로 운영하는 대표 광고 상품 중 하나다. 인공지능이 소비자 행동 패턴을 분석해, 셀러의 상품을 최적의 시간과 위치에 자동으로 노출해주는 CPC(클릭당 과금) 방식의 광고 서비스다.
A 씨는 “7일간 무료 체험 후 유료 이용으로 전환됐다. 초기에는 월 광고비가 10만 원대로 책정됐고, 매출도 발생했다”며 “광고가 안정적으로 집행된다 생각하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지마켓에서 판매 정산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유료 전환 직후와 달리 광고비가 급격히 늘어나 있었다. 정산 받아야 할 금액(판매 예치금)이 모두 광고비로 빠져 나갔다”고 말했다.
A 씨가 제공한 리포트에 따르면, 유료 전환 후 두 달간은 광고비가 월 10만 원대로 유지되고 매출도 꾸준히 발생했다. 하지만 광고 집행 3개월 차에 들어선 1월부터는 광고비가 80만 원으로 상승했고, 3월에는 198만 원, 4월에는 467만 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이 기간 동안 광고를 통한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광고비용이 대폭 늘어난 것은 A 씨의 광고 예산이 ‘무제한’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지마켓은 AI 매출업 광고 무료 이벤트 참여 시 셀러의 광고 예산이 무제한으로 자동 변경되도록 했다. 통상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판매자가 월별, 일별 광고비 예산을 책정하고 예산 내에서 광고를 집행한다. 하지만 지마켓은 별도의 예산 설정 없이 자동으로 무제한 광고 집행이 가능하도록 했고, A 씨의 판매 예치금은 모두 광고비로 소진된 것이었다.
지마켓은 광고 예산이 무제한으로 변경되는 것이 이벤트 참여 조건이며, 이에 대해 신청자들에게 고지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마켓 관계자는 “신청고객이 인지할 수 있도록 프로모션 안내페이지 및 신청페이지에 각각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판매자의 동의 절차도 거치고 있다”며 “또한 SMS를 통해 (유료 전환 전) 2회에 걸쳐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지마켓 AI 매출업 무료 이벤트 페이지를 보면 ‘AI매출업 무료 체험 프로그램 신청한 판매자 ID의 광고 그룹 상태는 아래와 같이 적용된다’는 설명 아래 ‘1일 허용예산 [제한없음]’이 고지돼 있다. 다만 해당 문구는 이용약관 수준으로 짧게 언급되어 있을 뿐, 별도의 강조 표시나 경고창은 없다.
A 씨는 해당 설명이 직관적이지 않은 데다 광고비가 무제한으로 청구될 수 있다는 핵심 내용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배치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1일 허용예산 [제한없음]’이라는 문구만으로는 예치금이 자동으로 전액 광고비로 소진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무료 이벤트에 대한 설명을 길게 써 놓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동의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광고비가 과다 청구될 위험성 등이 있다면 이에 대한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 유료 전환 전에도 이에 대한 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쿠팡, 네이버,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의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판매 중인데, 광고비를 무제한으로 설정하는 판매처는 한 군데도 없다”며 “매우 일반적이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공론화 금지’ 서약 요구한 지마켓 “예외적 조치였기 때문” 해명
A 씨는 수백만 원의 광고비가 집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무료 체험이 종료된 직후에는 소액의 광고비로 효율이 나왔다. 때문에 예산이 무제한으로 설정됐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점차 광고비용이 확대됐는데,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광고 효과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적절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마켓 측은 “판매실적은 가격책정, 할인 유무, 판매 시점 등에 다양한 변수가 있다”며 “매일 오전 전일 광고에 대한 효율을 상세하게 리포팅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A 씨가 문제 제기를 이어가자 지마켓은 환불 조건으로 ‘공론화 금지’를 요구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A 씨는 “지마켓에 과다 청구된 광고비에 대해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자 지마켓은 외부에 이 문제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써야만 환불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마켓은 “정상적인 과금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자의 사정을 고려해 도의적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보상을 결정했다. 다만 예외적 조치인 만큼 공론화하지 않겠다는 요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마켓의 이 같은 광고 운영 방식에 대해 소비자 보호 단체도 기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측은 상세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구매자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도가 높은 문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설령 고지를 했더라도 현재와 같은 안내 방식은 기만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현행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이를 기만행위로 적극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며 “판매자 역시 플랫폼의 상품(광고)을 소비하는 입장인데, 이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지마켓 측은 “유사 사례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제도적 보완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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