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19·한국도로공사)은 고등학교 3년을 함께 한 목포여상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정규리그가 진행 중인 터라 지난 10일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하루 뒤 잊지 못할 ‘졸업 선물’을 받았다.
한국도로공사는 1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선두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25-22 21-25 25-20 23-25 15-11)로 꺾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토스, 번뜩이는 공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김다은은 데뷔 후 처음으로 중계방송사 선정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마친 그는 도로공사 언니들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난 김다은은 “졸업식에 가지 못해 아쉽지만, 흥국생명을 이겨서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김다은은 2024~2025 V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키 179cm의 장신 세터다. 프로 첫 시즌부터 도로공사의 주전 세터로 활약 중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만큼 긴장도가 높은 상황에선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매 라운드 발전하는 김다은의 성장세를 주목한다.
김 감독은 “4라운드에서 굉장히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상대 타이밍을 뺏는 토스와 경기 운영이 좋아졌다”며 “얼마나 노력하고 연구하느냐에 따라 더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은은 “아직 급한 부분이 많고,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지 못할 때도 있다”면서도 “시즌 초반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반기 부진에 시달리며 6위에 머물고 있는 도로공사는 이날 승리로 5위 페퍼저축은행을 승점 3점 차로 따라붙었다. 4라운드 김다은의 성장과 함께 팀 경기력도 올라왔다.
김 감독은 “공격 패턴을 더 다양하게 활용하면 상대도 어렵게 느낄 것”이라며 “(김)다은이가 좋아지면 팀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블로킹 2개 포함 6득점을 올린 김다은은 ‘공격 본능’을 가진 세터이기도 하다. 배유나가 토스한 공을 김다은이 강타로 마무리하는 장면도 나왔다.
김 감독은 “공격이든 서브든 자기가 하려는 욕심이 많다”며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어서 자제시키고 있다”고 했다.
김다은은 “고등학교 때는 더 자유로워서 지금보다 더 많이 공격을 시도했다”며 “고등학교와 프로는 수준 차이가 나니까 확실한 기회일 때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경X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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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부터 꾸준하게 코트를 밟고 있는 김다은은 올시즌 여자부의 강력한 영플레이어상(신인상) 후보다. GS칼텍스가 1라운드 3순위로 뽑은 이주아(아웃사이드히터)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 트로피를 놓고 경쟁할 전망이다.
김다은과 이주아는 초·중·고에서 함께 배구를 하며 프로의 꿈을 키웠다. 김다은은 “(이)주아도 저만큼 신인상에 욕심을 내고 있을 것”이라며 “주아와 선의의 경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