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내 아이 진로 찾기
박영민·지하나 지음
미다스북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학부모는 내 아이의 '적성'이 아니라 '내 아이의 성적'에 집중한다. 자녀의 꿈을 살피고, 진로를 찾아주는 것보다는 '무슨 수가 됐든'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의사, 법조인, 고위 공무원이 되어주길 원한다.
『호시탐탐 내 아이 진로 찾기』는 거액을 들여 아이를 비싼 학원에 밀어 넣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착각하고, 아이를 향해 공부하라고 윽박지르면서 정작 본인은 유튜브 쇼츠를 보느라 밤잠까지 미루는 부모에게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제안하며 건네는 '나침반'이다.

책의 부제는 '사교육 아빠 공교육 엄마의 진로 내비게이션'이다. 사교육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남편과 진로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고교 교사 아내가 함께 쓴 책이다.
이들은 "아이가 진로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춘 구체적인 경험과 탐색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게 될 때, 비로소 그들은 헛돌지 않은 엔진처럼 힘을 낼 수 있으며, 작고 큰 성취나 실패 모두가 그들을 성장시키는 영양소가 될 것"이라고 진로 탐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진로에 아이와 가족의 행복이 달려있고', '진로는 왕, 대학은 신하'이며, '대학은 약간의 길만 제시할 뿐'이라는 책의 내용은 한편으로 상투적이고 한가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자신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결코 공허한 '말의 잔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녀를 과도한 미디어 노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두 부부는 신혼 때부터 TV 없는 거실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미디어를 적절하게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자녀와 함께 시청했다. '똘망군'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저자의 자녀는 역사에 흥미를 느끼면서 전쟁사 속 무기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똘망군은 엄마, 아빠의 세심한 배려로 무기 박람회를 방문해 무기를 개발하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구체화해 나간다. 무기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경로를 거치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똘망군은 어느 순간부터 '과학고와 영재고에 가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가 돼 있었다.
교육 전문가인 부부는 자녀와 함께 대전에 있는 '국방과학기술원' 정문 앞에 가보기도 했다. 주식 투자도 진로 탐색의 기회로 활용했다. 똘망군은 나름대로 '리서치'를 해 방위산업체 한 곳을 골랐고, 부모의 통제 아래 방위산업 ETF에 적절한 금액을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책상 위가 아니라, 삶 속에서 찾는 진짜 진로 이야기'라는 제목의 부록이 압권이다. 여기엔 사교육과 공교육 전문가인 두 부부가 자신의 자녀의 진로를 찾아주기 위해 기울인 구체적 노력과 실질적인 실행 지침이 압축돼 있다. 다만 저자는 머릿말에서 "겉으로 보이는 기술만 습득하기보다는 먼저 책이 전달하는 핵심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