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일기장’, 기록의 힘

2025-02-24

벌써 두 달이 다 지나간다. 새해 다짐한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해가 바뀔 때마다 단단히 마음먹고 ‘새로운 나’를 다짐하지만 삶의 방식이나 생활습관을 단번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흔히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곤 했던 새해 다짐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일기 쓰기’다. 기록에는 힘이 있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말처럼 기록은 단순히 적어두는 것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자신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과 소통능력도 기를 수 있다. 일기는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강력한 도구다.

‘작년 이맘때 나는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새해 첫날 나는 어떤 다짐을 해왔을까?’ 수년 전부터 ‘5년 일기장’이 인기다. 덕분에 다시 일기를 쓰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일기장의 한 페이지에 5년간의 ‘오늘’을 기록하는 형식이다. 맨 윗부분에 날짜(월,일)를 큼지막하게 적고 그 아래에 순서대로 해당 연도를 적어가면서 그날의 일기를 짤막하게 쓰면 된다. 같은 날짜에 썼던 5년의 기록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연도별 오늘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변화 과정과 감정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짤막한 기록이어서 부담도 크지 않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중한 삶을 꼬박꼬박 적어 기록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를 넘어 AI(인공지능) 시대, 아날로그 기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기록은 편리하지만, 데이터 손상‧유실 위험성 등 여러 취약점이 있다. 반면 손글씨로 남기는 기록은 디지털로는 구현할 수 없는 특별한 감성까지 담아낼 수 있다. 또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고, 심리적 안정도 얻을 수 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많은 사람이 종이책, 종이매체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무엇보다 문해력 저하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학생들이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지면서 글이나 말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데 서툴고, 복잡하고 긴 문장의 해독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웨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몇몇 국가에서는 디지털 교육에 제동을 걸고,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종말의 길로 향하던 종이책의 수명이 다시 연장될 것 같다. 올해부터 초·중·고교 일부 교과에 AI교과서를 일괄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려던 교육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새 학기를 눈앞에 둔 가운데 전국에서 AI디지털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는 전체의 32.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올부터 종이교과서를 대신해 AI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정작 이를 사용겠다는 학교는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지금 당장 손글씨로 쓰는 ‘5년 일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루하루 소중한 내 삶을 돌아보면서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또 ‘더 성장한 나’를 써내려가기 위해서.

/ 김종표 논설위원

#5년일기장 #기록 #디지털시대 #글쓰기 #손글씨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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