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강하늘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박쥐라 생각했죠"

2025-04-08

경찰과 마약범 중개하는 브로커 연기…"야당이란 캐릭터 재미있었다"

'스트리밍' 이어 '야당' 주연…"머리를 굴러가게 하는 대본에 끌려"

"착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악하지도 않은, 중간에서 이쪽저쪽 붙은 박쥐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강하늘이 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화 '야당'에서 연기한 주인공 이강수를 이렇게 설명했다.

'야당'은 수사 기관에 마약 관련 정보를 넘겨주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브로커를 소재로 했다. 영화 제목 야당은 이런 브로커를 뜻하는 은어인데, 극 중 강하늘이 연기한 이강수는 야당으로서 경찰과 범죄자 사이를 중개한다. 영화는 이강수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강하늘은 "야당이 하는 일이 선한 행동은 아니기 때문에 이 사람을 정당화하면서 선하게 보이고 싶진 않았다"면서도 "너무 악하게 그려 비호감이 되면 사람들이 (이강수를) 따라오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그래서 그사이에 선을 타는 것을 제일 많이 신경 썼다"고 떠올렸다.

그는 "(관객이) 이강수를 따라올 때 마음이 가서 따라오기보다는, '이 캐릭터가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면서 따라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강하늘은 대본을 읽었을 때 생소한 야당의 세계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대본을 읽으면서 제일 신기했던 게 야당의 존재였다. 야당의 일을 하는 사람, 야당이란 캐릭터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야당이라는 인물을 관객에게 얘기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수는 강하늘이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날티'가 나는 인물이다. 그런 면모는 선글라스, 흰 민소매 티셔츠 등 의상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원래는 화려하고, 하늘하늘하고 펄럭펄럭한 셔츠를 입었는데 옛날 조폭 영화에 나올 법한 모습이더라고요. 다른 옷을 입자고 해서 나온 게 민소매 티셔츠에요. 반소매보다는 민소매가 자신감 있어 보이잖아요."(웃음)

영화 속 자신만만하던 이강수는 밑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강하늘은 마약 중독자로 전락했다가 재활하는 연기도 해야 했다.

그는 "(마약 관련) 유튜브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외국 영상이나 재활 훈련을 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처음 마약을 접했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들었다"며 "촬영 현장에 자문으로 오신 형사님께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준비 과정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한 가지 자신감이 생겼던 부분은 모두가 똑같은 식으로 (중독 증상이) 오는 것은 아니라고 했던 점"이라며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나 가진 느낌에 따라 다르게 온다고 해서, 어느 정도는 열어두고 표현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약 중독의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는 연기까지 세심하게 캐릭터를 소화했다.

강하늘은 최근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야당' 이전에 지난달 개봉한 영화 '스트리밍'의 주연을 맡았고 작년 말에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2'에도 출연했다. '오징어게임 3'을 비롯해 로맨스 드라마 '당신의맛',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도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대본을 읽으며 재미를 느낀 작품들을 선택한다고 했다. 연기 변신을 꾀할 수 있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강하늘은 재미를 느끼는 지점에 관해 "웃기는 대본이라는 의미보다는, 계속 제 머리를 굴러가게 만드는 대본"이라며 "(읽으면서) 이 장면과 이 장면이 연결되는 순간들이 그려지며 영감이 오는 대본이 있다. 어떤 대본은 읽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음' 하는 느낌이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재미를 우선하다 보니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왔다.

"제가 연기할 때 열과 성을 다해 영혼을 갈아 넣고 뼈를 다 불사르며 연기에 몰입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확 달라지는 역할을 해도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 것 같습니다. 대본을 읽으면 그에 대한 생각들이 계속 들어와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생각하다 보면 작품을 찍게 되는 것 같아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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