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로 팬덤 형성… 자극적 표현 쏟아낼수록 ‘좋아요’↑ [심층기획-당신도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

2025-04-15

<중> 음모론은 이렇게 퍼졌다

계엄·탄핵 정국에 정치 유튜버들 ‘호황’

‘부정선거 中 개입’·‘한동훈 사살 제보’ 등

시청자 유입 노리고 선동적 영상 게시

‘서부지법 난동’ 생중계 채널만 70여개

구독자 “추운데 고생한다” 연신 후원금

슈퍼챗으로 석달간 3억원 넘게 벌기도

신인 배우 전세휘(30·가명)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보수 유튜버가 됐다. 그의 채널에 주로 올라오는 영상은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 현장의 구호와 연단에 오른 이들의 주장을 담은 것들이다. “정치에 관심 없다”던 전씨의 채널에 게시된 영상에는 ‘부정선거’나 ‘중국개입설’에 대한 음모론이 끊이질 않았다.

탄핵 반대 집회가 한창이던 3월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전씨가 생중계한 집회 영상에서는 북한 첩보기관인 정찰총국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탈북자 김국성(가명)씨가 연단에 올라 “(이재명 대표가) 북한의 지시를 무조건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씨 영상의 댓글창에서는 “목숨 다할 때까지 공산집단과 싸웁시다”, “빨갱이들이랑 분리해서 나라가 건국되면 좋겠다”는 등 반응이 쏟아졌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유명세가 생긴 전씨는 직접 연단에 올랐다. 그는 “재판관들 ×××들. 저라면 탱크로 다 밀어버렸을 겁니다”, “이 빨갱이들 어떻게든 우리가 밟아 죽여버립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씨는 “지금은 ‘계엄코인’ 타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이 사태가 끝나면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전씨를 포함해 비상계엄 사태 후 주말마다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현장을 카메라에 담던 유튜버 5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의 영상에 담긴 발언 내용을 형태소 단위로 쪼개 분석한 결과 ‘부정선거’나 ‘중국’, ‘간첩’과 같은 단어가 숱하게 등장했다. 이들이 만든 영상은 ‘언론을 믿을 수 없다’는 수만명의 구독자에게 고스란히 송출됐고, 그 과정에서 공정성을 위한 ‘게이트키핑’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음모론의 세계관은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에 뿌리내리며 사회를 뒤흔드는 흉기가 됐다.

◆난무하는 음모론, 유튜브 타고 생중계

취재진은 탄핵 집회 당일 유튜버들을 동행 취재하며 생중계 과정을 살펴봤다. 전씨의 하루는 보수 유튜버로 알려진 ‘신의한수’에 올라오는 집회시위 일정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디시)의 국민의힘 갤러리 게시글 동향도 그에겐 유튜브 채널의 밑거름이 되는 자료들이다. 실제 전씨의 유튜브에서 전파되는 내용 대부분은 탄핵 반대 측이 외치는 구호들이다.

15일 세계일보가 전씨가 올린 영상 83개의 텍스트를 형태소 단위로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탄핵 무효’(2564번)였다. ‘윤석열 대통령’(1569번), ‘대통령 석방’(528번), ‘이재명 구속’(423번), ‘민주당 해체’(309번)가 뒤를 이었다.

음모론에 해당하는 단어도 끊임없이 등장했다. ‘중국’(272번), ‘부정선거’(268번), ‘간첩’(99번), ‘공산당’(84번), ‘조작’(44번), ‘중공’(36번), ‘공작’(17번) 등이다.

이런 음모론은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에 뿌리내리며 영향력을 퍼뜨리고 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벌어진 1월19일 법원 주변에서는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만 70여개에 달했다.

부정선거에 관한 음모론 역시 유튜브가 확산의 중추 역할을 했다.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분석한 결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부정선거를 주제로 한 영상은 급증했다. 지난해 12월3일 전후 30일간 ‘부정선거’가 제목과 설명, 해시태그에 포함된 영상 수는 1226개에 달했다. 최근 10년간 있었던 주요 선거를 기준으로 보면 2016년 20대 총선 753개, 2017년 19대 대선 827개, 2018년 7회 지방선거 782개, 2020년 21대 총선 761개, 2022년 20대 대선 835개, 2022년 8회 지선 737개, 2024년 22대 총선 857개였는데, 주요 선거 기간 평균 약 793.1개보다 1.5배가량 뛴 수치다.

◆돈 되는 음모론, ‘호황’ 누린 유튜버

섬네일과 제목만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유튜브 생태계의 특성상 음모론은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화했다. 전씨 영상에서도 폭력성을 내포한 형태소들이 눈에 띄었다. ‘적’(1385번), ‘싸우-’(291번), ‘빨갱이’(172번), ‘죽이-’(33번), ‘공격’(30번), ‘처단’(13번)과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런 자극적인 발언을 하면 할수록 시청자와 구독자는 크게 호응했다.

전씨 채널의 한 구독자는 “추운데 밖에서 고생한다”며 국밥값을 보냈다. 취재진이 전씨와 동행 취재하는 동안 그의 휴대전화에선 후원금이 입금됐다는 알림이 연신 울렸다. 그렇게 전씨가 3주간 생중계를 하면서 계좌로 받은 후원금은 약 300만원에 달했다. 이는 구독자 1만명 이상인 채널에서 생방송 중 유튜브를 통해 후원받을 수 있는 기능인 ‘슈퍼챗’ 수익은 제외한 것이다. 채널에 후원계좌를 걸어놓은 것에 대해 전씨는 “너무 속 보이는 거 아니냐고 그러는데 돈 벌면 좀 어떻냐. 이게 자원봉사는 아니지 않냐”라고 말했다.

구독자 10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한 시민단체의 단장을 맡고 있다는 남병훈(58·가명)씨는 최근 유입된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방송을 하며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그는 “유튜버들이 (방송을) 장사로 이용한다”며 “다들 돈을 좇지만 난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씨는 헌법재판소 주변을 통제하는 경찰관에게 시비 거는 집회 참가자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를 본 구독자 중 일부는 “응원한다”며 후원금을 보냈다. 남씨는 “사람들은 싸움구경 같은 자극적인 것에 반응이 좋다. 보는 사람들은 세뇌당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통계 서비스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가장 많은 슈퍼챗을 받은 국내 유튜브 채널은 보수성향 정치 채널 ‘신의한수’로, 총 3억1000만원가량을 벌어들였다. 진보성향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같은 기간 약 2억4000만원을, 보수성향의 ‘GROUND C 그라운드씨’와 ‘홍철기TV’가 각각 약 1억4000만원, 1억3000만원을 벌어들였다.

탄핵 정국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정치 콘텐츠를 다룬 유튜브 채널은 ‘호황’을 누렸다.

월별 국내 슈퍼챗 순위 1위를 기록한 채널들도 한 달간 1억원 이상의 슈퍼챗을 받은 경우는 드물지만,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에는 뉴스공장이 한 달 만에 약 1억5000만원을 벌기도 했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김어준씨는 12월 국회에 출석해 ‘한동훈 체포 후 사살’ 등을 제보받았다고 주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1월에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꾸준히 실시간 영상을 올린 신의한수도 1억6000만원가량을 슈퍼챗으로 벌어들였다.

윤준호·정세진·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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