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대국 호주, 이젠 뉴노멀 시대 설계한다] 메탄 저감 사료 보조제 ‘시 피드’ 개발한 시 포레스트 직접 양식한 대형 홍조류로 제조 소 섭취시 메탄배출 80% 줄어 저메탄 버거·우유 등 제품 협업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메탄’은 육류 소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육류 생산을 위해 사육되는 소 한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70∼120㎏에 달하는데, 이는 승용차 한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의 양과 맞먹는다. 2023년 아일랜드에서는 탄소중립의 일환으로 젖소 사육마릿수의 10%를 감축하자는 제안도 나왔었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가축의 메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주의 소도시 트라이버너에 있는 기업 ‘시 포레스트(Sea Forest)’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
2018년 환경운동가 샘 엘섬이 설립한 이 회사는 해조류 양식을 통해 가축의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사료 보조제를 개발·생산하는 친환경기업이다. 공동 창립자인 스티븐 터너 이사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며 “가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여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시 포레스트가 개발한 보조제 ‘시 피드(Sea Feed)’는 일반 미네랄 블록에 보조 성분을 첨가한 형태의 제품이다. 소 한마리가 하루에 50g씩 섭취하면 메탄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영양 보충 효과로 인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하루 사육비도 0.76호주달러(700원)가량 절감된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시 피드의 핵심 원료는 태즈메이니아에서 자생하는 대형 홍조류 ‘아스파라곱시스(바다고리풀)’다. 이 해조류가 메탄 감축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실제 양식과 상용화에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요구됐다. 시 포레스트는 해양과 육상에서 모두 양식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하며 상용화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이미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저메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호주의 패스트푸드 체인 ‘그릴드’와 함께 저메탄 버거를 출시했으며, 태즈메이니아의 유제품 회사 ‘애쉬그로브 치즈’와 협업해 세계 최초의 기후 친화적 우유 ‘에코 밀크’를 내놨다. 기업들은 이러한 제품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저메탄과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포레스트의 연구개발 책임자인 마사유키 타츠미 박사는 “환경보호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가치로, 저탄소 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더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한다”며 “현재 유럽 지역에 시 피드를 수출 중이며, 향후 캐나다·미국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즈메이니아=박준하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